영원무역 방글라데시工場 폭력시위 사상자 늘어

2010-12-13 07:13
영원무역 방글라데시工場 폭력시위 사상자 늘어

(아주경제 김준성 기자)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임금이 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긴 우리나라 섬유·봉재·의류업체들이 80년대의 한국형 임금분규 사태를 겪고 있다.

12일 방글라데시 언론매체 'bdnews24'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남동부 치타공 지역의 한국 의류업체 공장에서 이틀째 폭력시위 사태로 3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섬유 근로자 수천여 명이 이날 오전 8시께 영원무역의 공장 정문에 나붙은 공장폐쇄 공지문을 보고 이틀째 폭력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전날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공장시설과 집기를 파괴하며 폭력양상을 보였으며 영원무역측은 이에 맞서 치타공과 다카의 공장 17곳을 무기한 폐쇄했다.


이들은 둘째날 시위에서 치타공 수출가공무역지구내 다른 공장을 공격.약탈했으며 파텐가와 치타공을 잇는 도로를 점거, 공항으로 향하는 교통도 마비시켰다.

몽둥이와 돌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수출가공무역지구 정문 근처의 버스를 불태우고 현지 쇼핑센터 2곳을 약탈했으며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 2명을 공격하는 등 극단적인 폭력 성향을 보였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이에 따라 물대포.최루탄.고무총알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시위대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고전하고 있다.

시위대는 11일 시위 이후 2명의 근로자가 실종됐다면서 이들이 살해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모함마드 압둘 카 치타공 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및 진압 과정에서 3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고 bdnews24가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1명은 '릭샤(인력거)' 기사이며, 나머지 2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주요 외신들은 부상자도 250여 명이라고 전했다. 150여 명은 치타공 지역에서, 50여 명은 다카에서, 나머지 50여 명은 나라얀간지시 지역에서 부상했다. 

현지 경찰 당국이 경찰 부상자만 20명이라고 밝힐 만큼 시위가 격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는 "시위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 4명이 부상했으나 한국인 직원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치타공과 다카에서 영업 중인 영원무역의 공장 17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만6천명은 지난 11일 일제히 조업을 중단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된 뒤 공장 내에 근로자 3명이 살해돼 유기됐다는 악성 소문이 퍼지면서 폭력양상을 띄기 시작해 약 6천명이 벽돌과 각목 등을 들고 인근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의 최근 최저임금 인상 조치에 따라 회사 측이 임금을 인상하면서 숙련공의 임금은 인상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공장을 공격한 자들은 근로자들이 아니라 외부인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성 회장은 임금 문제와 관련해 근로자들과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며 지금까지 영원무역은 다른 회사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왔다면서, 당국에 공장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bdnews24는 이날 시위 상황이 개선된 오후 3시께 여당인 아와미리그(AL)의 지역 지도자들이 당국자들과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수출가공무역지구 관계자인 자밀 아메드는 "영원무역을 제외한 다른 공장은 월요일부터 가동이 재개될 것이다. 다만 영원무역은 파손이 심한 만큼 공장 가동 재개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치타공 수출가공무역지구 내에는 의류, 신발, 자전거 등을 생산하는 70여 개의 외국회사 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한국 업체도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