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공동주택 관리사업 눈길, 우려의 목소리도…
2010-12-12 14:11
대형건설사들이 공동주택 관리사업에 진출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자사 아파트를 관리하면서 하자가 발생해도 숨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GS그룹 계열사인 이지빌은 2000년 설립 당시 아파트에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후 공동주택 관리사업에도 눈길을 돌려 현재 GS건설 자이아파트를 비롯 70여개의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다.
작년에 1283억원의 매출을 올린 아이서비스 역시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업체로 현대산업개발 계열사다. 이밖에 삼성물산의 씨브이네트, 대림산업의 대림I&S 등이 대형건설사의 공동주택 관리업체들이다.
12일 한국주택관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동주택관리사업에는 600여개의 업체가 진출해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영세업체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관리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사가 지은 아파트를 관리할 때 건물에 하자가 발생해도 이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택관리업체인 우리관리 최진희 과장은 “대기업이 주택관리사업에 나서면 관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와 다르게 아파트를 짓기도 하고 관리까지 하게 된다”며 “이 때 아파트에 하자가 발견돼 공개하게 되면 자사 이미지를 훼손하기 때문에 하자를 묵인하거나 숨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주택관리의 최저가낙찰제도 대형사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6일 주택법을 개정해 관리사업 발주시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출혈 입찰을 일삼고 있어 아파트 관리체계에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위탁관리 수수료로 3년에 1원만 받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주택관리협회 김철중 사무총장은 “주택관리업계에 영세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직원 인건비나 복지비 등은 따지지 않고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에 응찰하고 있다”며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건설사 자회사들은 다른 곳에서 손실을 만회하고, 최저낙찰가제를 악용해 더 낮은 가격으로 응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업체의 대형화로 기존 중소업체의 설자리가 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에서 주택관리업을 하는 대한주택관리 강맹환 이사는 “SSM(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형 수퍼마켓)이 동네 구멍가게를 잠식하듯 주택관리사업도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주택관리사업 진출이 주택관리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적적인 분석도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과거엔 단지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관리했다면 대형건설사 진출 이후 여러 단지 전체를 묶어 표준화·모듈화 해 관리비가 줄고, 시스템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