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 대통령 제3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 기조연설

2010-12-09 12:55

 존경하는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님,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폐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님, 그리고 각국 대표와 내외귀빈 여러분.
 
 아름다운 섬 이곳 발리에서 개최되는 제3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을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2008년 유도요노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창설된 이 포럼은, 이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민주주의 발전경험을 나누고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협력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포럼의 발전을 축하드리고, 이를 일궈낸 유도요노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국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번 포럼의 주제는 ‘민주주의와 평화-안정의 증진’입니다.
 인류는 오랜 역사에 걸쳐 다양한 정치체제와 사회제도를 모색해 왔으며, 그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최대한 보장하고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에 가장 기여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 가장 널리 채택되고 있는 정치체제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정치적 안정과 평화야말로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기본요건이라고 할 때, 이 포럼의 주제는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세 가지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첫째는 민주주의의 개방성입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열린 정치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들은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합의’를 통해서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둘째는 민주주의의 공정성입니다.
 민주주의는 현재의 소수가 장래의 다수가 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합니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경쟁하고 그 성과를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공정한 기회와 객관적 평가 시스템은 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셋째는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평화협력입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에서 마이클 도일(Michael Doyle)에 이르기까지
 국제정치학자들이 제기하는 민주주의 평화론에서 보듯이, 민주주의 국가들끼리는 분쟁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 민주주의 정부와 지도자들은 평화적 합의를 선호하는 여론을 수렴하고, 무력분쟁 대신 제도화된 평화를 구축하려 한다는 설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최근 아-태지역 다수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1972년 31개의 아-태지역 국가 중 21개 국가만을 자유롭거나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2010년에는 39개의 국가 중 31개국가로 늘어났습니다.
 
 나는 특히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오랜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하고 1998년 민주화의 발걸음을 내디딘 지 불과 10여 년 만에 민주주의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영토, 2억3000만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가진 국가입니다.
 
 이런 여건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을 아우르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민주국가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은 많은 나라의 귀감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유도요노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 하에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도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민주주의 발전을 더욱 촉진시켰고, 민주주의의 발전은 다시 더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역사에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분단 상황입니다.
 
 1950년 6·25전쟁을 거친 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평화에 대한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 권위주의에 대한 유혹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남북의 대치상황 속에서도 불과 한 세대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분단 60여년만에 남북한의 경제 규모는 38배에서 50배의 격차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와 민주주의의 동반성장을 통해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길을 열었으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OECD 원조위원회의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면서 이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선택사항일 수 없습니다.
 지구촌 구석구석의 모든 일들이 트위터와 인터넷 망으로 거의 동시에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거나 규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국가운영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빵이냐 민주주의냐의 이분법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개방된 세계가 경제발전의 기회를 부여하고, 높아진 경제수준은 다시 자유에 대한 갈망을 고취시킵니다.
 
 이처럼 속도와 변화가 지배하는 글로벌 정보통신 시대에는 민주주의 발전이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의 급속한 유포로 인한 폐해, 급속한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갈등과 이견의 분출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과 이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 역시 사회적 안정과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국 또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협력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최근 아-태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 증대를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발리 민주주의 포럼’이 이를 선도해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까지 우리는 각국의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개발을 통해 동반성장을 꾀하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를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이를 위한 실천방안들을 공동합의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아시아 차원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아시아의 원조공여국 간 협력을 위한 ‘아시아 개발협력회의’를 출범시켰습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성장하려면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대규모의 자금 투입, 아시아 각 지역과 국가에 적합한 개발 노하우를 확립해야 합니다.
 
 또한 빈곤 극복과 보건 등 기존의 사회개발 지원과 함께, 이제 개발도상국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경제적 자립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ODA의 규모를 확대함은 물론, 수원국의 현실에 적합한 개발협력과 지원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지원도 적극 검토해 나가고자 합니다.
 
 아시아 지도자 여러분, 아시아는 이제 세계질서 변화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무한한 잠재력이 아시아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살려 더 높이 도약하려면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하고 책임을 공유해야 합니다.
 경제든, 안보든 어떠한 아시아의 문제도 이제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태 지역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문화, 민족, 종교가 다양하고, 정치와 경제의 발전과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역내 이주와 국가 간 인적 교류의 증가는 포용과 협력에 기초한 아시아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높은 시민의식이 이러한 상호이해와 협력의 원동력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을 강화하는 리더십들의 결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가운데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성숙한 세계국가를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발리 민주주의 포럼’이 앞으로도 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유익한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