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제주, 구제역 파동에 “나 어떡해”
2010-12-09 10:35
(아주경제 강정태 기자)“억울하다” 구제역 파동이 터진 후 제주에서 자주 터져 나오는 단골 하소연이다.
고립된 섬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 청정지역임을 내세워도 ‘말’이 먹히지 않아 울상이다. 구제역 여파는 제주 곳곳에 상처를 주고 있다.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수출. 구제역은 한순간에 꿈을 꺽고 말았다.
그동안 공도 많이 들였다. 지난 9월 28일 우근민 제주지사는 주한일본대사관저를 찾아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일본대사를 만났다. 지난 1월 7일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중단됐던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수출 재개의 길을 올해 내에 열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무토 마사토시 대사도 “오늘 만남은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했다”며 “본국 정부에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빨리 재개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화답했다.
쉽게 풀리는가 했던 일이 또 다시 구제역 파동으로 좌초된 셈이다. 관례적으로 축산물 협상은 구제역이 끝난 뒤 6개월이 지나야 시작된다고 한다. 또 협상기간도 1∼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수출재개는 기약이 없어진 셈이다.
올해 탐방객 45만 명 예상, 지출액 1795억여원에 달하며 급성장을 거듭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제주올레’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일 전체 22개 코스 중 축산농가를 끼고 있는 4개 코스에 대해 ‘통행금지’ 조치를 제주도에서 요청한 것. 구제역 바이러스가 탐방객을 통해 축산농가에 전파될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한라산 야생노루도 구제역이 무섭기는 마찬가지. 지난해에만 7만 5000여명이 방문해 인기를 끌었던 제주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관찰원도 지난 7일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제주절물자연휴양림 김덕홍 소장은 “아쉬워하는 관람객들을 돌려 보내는 게 요새 일”이라며 푸념했다.
지난 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소·돼지·사슴 등 발굽이 두개로 가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급성전염병이다.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며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