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로비스트' 천신일...MB따라 강남 갈 정도

2010-12-08 16:45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7일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천상의 로비리스트’로 불린다. 정.재계를 거쳐 두루 두루 천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는데가 없다는 평이다. 정치.경제 권력이 있는 곳에는 정권을 넘나들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면서 언제나 ‘밀착마크맨’ 천 회장이 존재했다고 한다.

우선 천성적으로 한 인간을 공략하고 집요하게 접근해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는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로비의 신(神)’인 셈이다.

천 회장은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문교부 장관을 지낸 윤천주 의원 보좌관으로 5년을 보냈다. 이때부터 박재홍 전의원을 비롯,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측근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1973년 동양철관공업이라는 철강회사 상무이사로 경제계에 투신한 후 여러 회사를 세우고 파는 수완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것이 제철화학이다. 이어 1983년 세중나모여행사의 전신인 세중여행사를 세워 지금의 기반을 닦았다.

정계에서 천신일의 최대 우군은 이명박(MB) 대통령이다. 이들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이 대통령은 17대 대선 기간 중 ‘대표적인 친구’로 천 회장을 자주 소개했고, 천 회장은 당시 "이 후보는 상대(商大) 학생회장을 하고 나는 한국농어촌문제연구회 회장을 했다. 농촌 마을에 문고 보내기 운동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재학시절에는 생각보다 MB와 별로 가깝지 않았으나 MB가 현대건설에서 승승장구하던 이후에는 아예 MB 집근처로 자신의 집을 옮겨 살았을 정도로 유착했다. 이 대통령이 동부이촌동에 살면 동부이촌동으로 이사 가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옮기면 따라 이사가는 식이라는 게 지인들의 얘기다. 예컨대 이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이사시절 현대아파트 60평대를 1, 2호라인에 거주용과 외빈용으로 각각 매입하면 천 회장은 3, 4호라인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고려대 교우회장으로서 인맥을 총동원해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지원했고, 이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천 회장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재계쪽에서는 굴지의 국내 1위 기업 삼성과 밀접하다. 천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전 회장과는 그 인연의 뿌리가 깊다. 80년대 신군부시절 천 회장과 이병철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5공 신군부세력중 경남고 후배 이학봉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군부세력과 오래전부터 교분을 다져온 천회장이 신군부에 시달리던 고 이병철 회장을 이학봉씨를 매개체로 신군부와 화해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고 이병철회장이 일본으로 출장 갈 때마다 천 회장은 ‘가방모찌’를 자처할 정도로 성실한 충복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물론 이건희 현 삼성전자 회장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천 회장과 이 회장의 각별한 인연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1996년 천 회장은 이 회장에 이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직을 역임한 적이 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천 회장은 자의반 타의반 레슬링협회장직을 물러난 이회장의 임시 대리인 역할을 했다. 특유의 살가운 친화력으로 이 회장을 보좌했다는 평이다. 현재 세중나모여행의 본사는 서울 태평로 삼성타운 삼성생명빌딩 19층에 자리하고 있다. 

천 회장과 이병철 전 회장은 70년대부터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매자는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은 천 회장의 ‘양아버지’로 통한다. 박 전 회장을 천 회장에게 소개시켜준 고리는 박재홍 전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촌조카다. 천회장이 1974년 세운 제철화학은 포항제철에서 나온 콜타르를 처리하는 회사였는데 천 회장이 수익 중 35%를 포철장학재단에 기부하면서 박 전 회장의 총애를 받게 된 것이다. 이 당시 천 회장은 박 전 의원과 박 전회장을 보통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깍듯이 모셨다고 한다. 천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였던 제철화학을 대우그룹에 매각, 상당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이병철 전 회장에게 자신이 아들처럼 여기던 천 회장을 소개해줘 결국 천 회장과 삼성가가 맺어지게 된다. 천 회장을 좋게 봤던 이병철 회장도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서로 잘 지낼 것을 권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고 이병철 회장은 죽기 전 자녀들에게 천 회장을 잘 부탁한다는 유지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세중나모여행과 삼성도 공생관계다. 세중나모여행은 30년 가까이 삼성 임직원들의 국내외 출장 대행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임원만 1500명이 넘는 삼성계열사의 해외출장을 독점 운영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삼성이 뒤를 받쳐주는 천 회장의 사업적 기반은 공고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