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장을 주물러 터뜨리지 말라

2011-01-26 17:20

강 갑 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전세가격이 치솟더니 요즘에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주택시장 전체가 꿈틀대고 있다.
 
 주택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신규 분양시장과 경매·공매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탔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지수는 작년 1월 174.28에서 11월말 현재 208.76으로 34.48%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도도 179.83에서 211.49로 31.6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서울이 8.5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고, 경기도는 오히려 4.59%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지수는 2000년 1월 시세를 100으로 기준한 것이다. 매매가격은 보합세인 반면 전세가격은 폭등했음을 알 수 있다.
 
 주택공급은 최근 2~3년간 줄어들고 있다. 주택공급은 2007년 55만가구였던 것이 2008년 37만가구, 2009년 38만가구로 줄었다. 올해는 11월말 현재 23만가구에 그치고, 내년에는 17만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입주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2008년 전국에서 33만여 가구가 입주했으나 작년에는 29만여 가구로 줄었다. 올해는 32만여 가구로 약간 늘지만 이는 2007년 9월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늘어난 공급량이 올해 입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입주량이 19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폭등이 우려되는 점이다.
 
 과거 주택시장을 분석해보면 매매가격이 오르기 전에 전세가격부터 뛰기 시작한다. 따라서 전세는 실수요자의 지표이자 매매가격의 선행지수라고 부른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지역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40.7%였으나 10월말 43.5%로 증가했다. 일부지역에서는 전세비중이 70%에 이르는 곳도 있다. 전세 비중의 이처럼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도 주택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과거 전세비중이 매매가의 50%를 넘으면 전세수요가 급격하게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은 폭등하는데 매매가는 오르지 않는 ‘탈동조화’ 현상이나, 공급이 줄면서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현상, 매매가 대비 전세비중이 상승하는 현상 등은 향후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시장 규제에서 비롯된 사항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대책은 1967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주요 대책만 70여회에 달한다. 평균 1년에 1.6회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대부분이 가격이 급등하면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이 침체되면 규제를 완화하는 ‘땜질식’ 정책이었다. 이렇다보니 대책이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처방이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작금의 주택공급 감소와 전셋값 폭등도 정부 정책이 부른 것이다. 정부는 2009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축소했다. 이후 수도권 집값은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한 후 거래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에 중점을 두고 시장을 바라본 정부가 판단 ‘미스’를 했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인 부동산이 다른 분야와는 달리 시장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8·29 대책을 통해 DTI 규제를 강남3구를 제외하고 내년 3월까지 금융권 자율에 맡겼다.
 
 하지만 이로는 역부족이다.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공급이 자연스럽게 확대돼 시장이 시스템적으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가격과 수급을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 수급이 조절되도록,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만으로 정부의 역할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