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전시 >‘Y의 은밀한 드로잉(Y‘s Secret Drawing)’...윤향란 작가 개인전
2010-12-13 18:03
붓놀이_종이에 아크릴릭_29.7x21cm_2010 산책_캔버스에 파스텔, 종이_116x89cm_2010 배추_캔버스에 파스텔, 종이_60x120cm_2009 |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이방인 혹은 경계인으로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향수. 그 감정을 예술로써 표현한 작가 윤향란의 개인전이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작품 ‘서류위의 붓놀이’에서 25년 동안 외국의 이방인으로 살았던 애환과 고통을 녹여냈다. 외국생활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세금 신고서· 작가 등록증· 집세· 고지서· 의료보험 등 작가를 압박하다시피한 서류에 투박하고 추상적인 선을 담았다. 일종의 ‘분풀이’ 인 셈이다. 외국생활 중 서류가 주는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역으로 한국에서 서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이방인이라면 공감이 갈 만한 작품이다.
‘붓놀이’에는 분노가, ‘산책’에는 역동성이 담겨있다면 콜라주 작품 ‘배추’에는 ‘손맛’이 깊게 배어나온다. 고국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 배추는 캔버스 위에 종이를 붙여 배추이미지를 그리고 그 종이에 물을 묻혀 다시 뜯어낸 뒤 새로운 캔버스에 작품을 붙여 구성하는 작업을 수차례 했다. 윤향란 작가는 “마치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그시던 것처럼, 작품도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작가는 “타국에서 외롭고 힘들수록 더 작업에 매달렸다.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작가의 상상력 원천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다른 사람이 놓치는 걸 잡아내는 사람이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더라도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직전의 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탁월한 감각과 예민한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