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생사갈림길에 처한 ST 종목

2011-01-09 16:51

 
시장퇴출인가..흑자경영인가..아니면 우회상장인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A주 증시 내 38개 ST 종목이 상장폐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상장폐지 시스템과 ST 종목 제도를 전면적으로 조정하고 우회상장 기업에 대해서도 IPO(기업공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ST 기업의 인수합병에도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바로 중국에서 ‘쓰레기주’관리라고도 불리는 ‘ST’종목 제도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중국 대륙 증시의 경우 수년간 적자 결산이 지속되면 기업의 상장을 폐지시키는 제도가 있습니다. ST종목 제도가 바로 그것이지요.
 
ST란 영어로 Special Treatment의 약자이며, 중국어로는 특별처리(特別處理)라고 불립니다. 우리 나라에서 실적악화로 상장 폐지가 우려되는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것처럼 중국 증감회도 이러한 종목 앞에 ‘ST’라는 딱지를 붙이고 투자자들에게 투자시 주의를 갖도록 하고 있지요.
 
일반적으로 증감회는 2년 연속 적자를 내거나 주당 순자산이 1위안을 밑도는 기업을 ST 종목으로 지정합니다. 대부분은 실적이 저조하고 경영상태가 안 좋은 기업들이죠.
 
만약에 3년 연속 적자 재정을 기록할 경우 앞에 별이 추가돼 ‘*ST’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는 증시 퇴출을 경고하는 ‘옐로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A주 시장에는 거래가 정지된 34개 종목을 포함해 총 171개 ST 종목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ST 종목 앞에는 세 가지 길이 놓여 있습니다. 흑자경영에 성공해 ‘ST’라는 딱지를 떼어버리거나, 경영개선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아니면 타기업에 인수합병돼 새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ST 종목이 상장 폐지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윈드(Wind)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은 31개. 연평균 상장 폐지율은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지요.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 ST 기업이 시장 퇴출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우회상장뿐입니다.
 
중국 증시에는 일반적으로 연말이 되면 실적 악화로 허우적대는 ST 기업이 우회상장을 통해 기사회생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닭이 봉황이 된다(烏鷄變鳳凰)’라고 하지요. 왜냐하면 벼랑 끝까지 몰려있던 쓰레기 기업이 타 기업에 인수 합병돼 쓸모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된 기업의 주가는 최고 1000%까지 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투자자들은 ‘닭이 봉황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심산으로 일부러 상장 폐지 위험이 있는 ST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도박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봉황으로 변신할 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추측입니다.
 
중국 정부가 상장폐지 시스템과 ST 종목 제도를 전면적으로 조정하고 우회상장 기업에 대해서도 IPO(기업공개) 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올해 연말 각종 ST 기업의 인수합병 소문이 시장에 떠돌더라도 투자자들은 진위여부를 잘 판별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박을 노리고 ST 종목에 베팅했는데 그 기업이 인수합병은 커녕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쪽박만 찰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