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 권력구도 태동

2010-12-21 15:53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래 세계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권력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며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에서는 시진핑 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이을 최고 권력자로 떠올랐다. 동북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며 미국의 협력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일본은 간 나오토 총리 체제 출범과 함께 호시탐탐 군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남북한 대치라는 지정학적 불리함 때문에 외교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으나 성공적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떠오르는 호랑이'로 변신하며 국제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체제 안정과 권력세습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도 권력세습을 위한 계획된 도발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긴장, 각국의 군사적 시위 역시 이 지역에서 강력하게 불고 있는 권력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권력구도가 정립될 때까지 상당 기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6개월 가량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는 9월 이후 대북수해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한동안 화해무드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쏟았던 그 동안의 모든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최악의 대치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정세와 깊숙이 연계돼 있는 주변국들은 일촉즉발로 치닫는 남북의 위기상황 속에서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라 새로운 외교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중국이 천안함 사태에 이은 연평도 도발에서도 북한 편들기를 지속하면서 '6자 회담' 재개를 통한 사태수습 입장을 고수하자 주변국들은 크게 반발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공조와 중국과 북한의 연대, 러시아의 독자노선 등 각국의 이해타산이 얽히면서 대립구도가 재연되고 있다.

남북의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대치 상황이 국제사회의 두 중심축인 미국과 중국(G2) 사이의 대결구도로 비화됨에 따라 전세계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한반도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 전개는 북한과 중국, 일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권력자와 정권이 부상하는 격변기와 맞물려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권력구도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통으로 해석된다.

또한 격변기를 맞은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새로운 변화 속에서 어떤 위치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적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신 동북아시대의 중심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평화적으로 해소하고 외교전에서도 유연한 실리적 자세를 유지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잇따라 극복하며 당당하게 동아시아 중심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한국의 위상과 국격을 몇 계단 끌어올리면서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연평도 공격으로 인해 전세계의 비난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뒤 대내외적 체제 안정과 성공적인 권력세습을 이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외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호전적인 태도와 핵문제를 통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더 이상 모험주의적 도발을 감행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예단하기 곤란한 권력구조를 갖고 있는 게 문제다.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재개가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대결에서 대화모드로 극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도, 긴장이 악화될 수도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을 설득하는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격 방한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하루 뒤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6자회담 재개 동참을 설득했다.

한반도 사태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중국의 외교력은 결국 어떤 방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힐 것인지를 통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 18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시진핑 부주석을 선출, 사실상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차기 대권구도를 구체화 했다.

북한은 물론 한국과도 긴밀한 인연이 있는 시진핑 부주석이 2년 뒤 중국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 남북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는 대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한 시진핑 현 국가 부주석은 군부와 관계가 두터운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베이징과 도쿄 외교가 일각에서는 시진핑 시대의 중일 관계가 종전보다는 훨씬 갈등적 구조를 띨 공산이 크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최근 경제 규모가 급격히 커진 중국의 경제적 위상과 시 부주석이 과거 반일 감정을 고조시킨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성향이 비슷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시점에 출범한 일본 간 나오토 정권은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면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할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외견상으로는 한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도발 금지 등에 대한 분명한 태도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로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이지만 결국에는 대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법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송계신·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