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탁구, '노골드' 수모 당할 뻔

2010-11-25 09:55

국내 스포츠 종목 대부분은 아시안게임 무대가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보다 '메달 사냥'에 유리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의 스포츠 강국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구나 배드민턴은 예외다. 국제대회에서 늘 맞닥뜨리는 막강한 중국과 어차피 또 격돌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세계국제대회보다 상황은 더 나쁘다. 다른 대회에서는 유럽 등 강국이 중국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전선의 길목마다 중국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해서다.

배드민턴은 혼합복식의 신백철(21.한국체대)-이효정(29.삼성전기)이 금메달을 따면서 8년 만에 금맥을 이었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줄줄이 중국 벽에 막히며 '노골드' 수모를 당할 뻔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의 목표를 내걸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각각 1개와 동메달 5개를 수확했다. 이 메달 7개 가운데 무려 5개가 중국에 지면서 미끄러졌다.

남자 단식의 박성환(26.국군체육부대)은 '린단 킬러'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두 번이나 린단(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단식 준결승에서 0-2로 패했고 단체전 결승에서는 1세트를 먼저 뺏었지만 역전패했다.

배드민턴계에서 유일하게 까다롭게 여기는 박성환을 제압한 린단은 무난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복식은 4강에 두 팀이나 출전했지만 모두 중국에 막혔다. 이경원(30.삼성전기)-하정은(23.대교눈높이)은 왕샤오리-위양에게, 김민정(24.전북은행)-이효정(29.삼성전기)는 톈칭-자오윈레이에게 지면서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배연주(20.한국인삼공사)가 8강에서 중국의 왕신에게 0-2로 패했다.

탁구는 중국에 더욱 심하게 당했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치면서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노골드'에 그쳤다.

탁구는 20일 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서 주세혁(30.삼성생명)과 김경아(33.대한항공)가 남녀 단식 준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중국 선수에게 덜미를 잡혔다.

주세혁은 세계 최강 마룽에게 0-4로 무너졌고, 김경아도 리샤오샤에게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고 역시 0-4로 패했다. '수비의 달인'인 두 선수가 공격형 중국 선수의 벽을 넘고 정상에 서기에는 무리였던 셈이다.

남자 단체는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0-3으로 중국에 무참하게 졌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0년 만의 정상을 노렸지만 실력 차만 절감해야 했다.

여자 단체도 준결승에서 중국과 만나 1-3으로 지고 말았다. 남자복식의 정영식-김민석도 준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장지커와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3-4로 무릎을 꿇었다.

배드민턴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간판선수와 언제 붙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정해진 것이다. 결승에서 만나면 은메달이 되고 예선에서 맞붙게 되면 그마저도 건지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탁구는 유남규, 현정화가 은퇴하면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고, 배드민턴은 남자복식의 박주봉-김문수, 혼합복식 김동문-라경민 등이 빠지면서 '2인자'에 머무르고 있다.

두 종목 모두 만리장성이라는 벽을 허물수 있는 '저격수' 양성이 시급한 형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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