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는 배려의 학습장

2010-11-26 08:00

   
 
 
[충정로 칼럼] 박성택 예술의 전당 사무처장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는 거의 매일 클래식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 연주회에는 항상 많은 관객들이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찾아주고 있다. 이들이 보내주는 반응 또한 매우 뜨겁다. 음악회를 찾는 관객의 자세도 해마다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공연장 에티켓과 음악 감상법이 익숙지 않던 과거에는 연주도중에 스스럼없이 나가거나, 공연장에 늦게 도착한 일부 관객들은 연주 중간에 무리한 입장을 요구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미취학 자녀를 동반한 일부 부모님은 자녀들의 나이를 속여 가며 입장시켜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요구들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대다수의 청중들은 클래식 콘서트를 자신과 가족의 경쟁력도 키우고 남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해 자신의 컨디션을 공연장 분위기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감성의 문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또한 연주되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나름대로 사전학습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연장에 늦게 도착해 중간에 입장하는 관객의 움직임과 소음, 미취학 어린이 관객의 중간퇴장과 잡담은 음악회를 열심히 준비한 대다수 청중의 노력을 무산시키곤 한다.

또한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는 공연흐름에 크나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곡들은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는 연주자와 관객의 감정을 흐트러트려 간혹 훌륭한 연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부 손님의 공연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발생하는 소소한 문제들은 대다수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더불어 주요 민원사항으로 대두되어 왔다.

특히 관람문화는 공연과 공연장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근래에 들어와 ‘11시 콘서트’ ‘청소년음악회’ 등과 같은 교육성이 강화된 음악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면서 두터운 클래식 마니아층을 형성시킴과 동시에 관람문화도 발전시키게 됐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공연장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교향악운동’과 ‘전통문화 보존’은 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때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어 왔다. 그 이유는 교향악 연주회와 같은 공연의 본질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의 문화수준을 상징한다. 또한 옆자리의 관객을 배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기 위하여 무대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음악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건립되면서부터 시작된 교향악축제를 비롯한 다채로운 음악회들은 단시간 내에 우리나라의 교향악운동을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사례는 우리사회가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로 발전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교향악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래부터 우리국민에게는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인 이타적인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연주회가 열리는 횟수나 공연의 수준,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자원을 생산·수용하는 우리국민의 자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럽지 않은 수준인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우리 자녀들이나 공연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이웃에게도 공연장과 연주회에서 실천되는 원숙한 배려문화를 전달해 배려의 문화를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우리민족정서와 결합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만한 유산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