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미 전술핵 재배치 논의 없었다”

2010-11-23 17:28
“美 핵 철수 세계 핵정책 일환…기존 對北정책 유지”<BR>6자 회담 당사국인 미국·일본·중국 움직임도 분주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핵확산' 우려로 비화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동하고 있다. 특히 22일 이와 관련한 김태영 국방장관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언급에 대해 미 국방부가 다음날 이를 부인하는 등 6자회담 관련국들도 북한이 내민 '핵카드'에 연일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청와대는 23일 고위관계자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간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한 바 없고 논의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핵을 철수한 것이 한반도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의 자체적인 세계 핵 정책의 일환으로 철수한 것일 뿐이고 확장 억제는 핵 재배치와 관련지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전 정권에서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의혹 제기를 `미국 네오콘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편을 들었던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 향후 북한 핵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공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반도의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6자회담의 당사자인 미국, 일본, 중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일단 미국은 22일 백악관과 국무부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과의 6자회담 재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구체적이고 긍정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 이행이나 의지 천명이 먼저라는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은 변화가 없다"며 밝히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특히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이번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을 `관심 끌기용 행사(publicity stunt)'라고 평가절하했다.

일본은 22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을 통해 22일 북한 농축우라늄(HEU) 공개에 대해 "매우 우려할만한 사태"라고 밝혔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오후 외무성에서 방일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 후 기자단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또 북한의 행동에 대해 "유엔 결의의 내용과 정신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고 비난한 뒤 "냉정하게 대응하고, 일.미.한 3개국의 연계를 강화하고, 밀접히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내 일부 매체들이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 사실 정도를 보도하고, 일부 관변학자들이 북한 핵문제를 방치한 한-미-일 3국의 '전략적 인내' 의 실패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과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우라늄 원료 및 기술을 거래한 커넥션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사태가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과의 중재역인 중국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중을 통한 미-중 협의를 거쳐 북한과 절충점을 찾는 대화를 가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우라늄 사태가 당장 남북관계를 급격히 악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관계는 이미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조치'로 7개월째 불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다시 냉각되면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탄력받은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에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악화를 계기로 정치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각각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과거정부의 실책'과 '현 정부의 대북강경책'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의 전략적 결단을 내려 예상보다 빠른 대북 접촉에 나설 경우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유지입장도 크게 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99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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