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정말 착한 FTA일까?

2010-11-22 19:05

··(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야별 쟁점 공청회’에서 22일 관련 인사가 참여해 한·EU FTA의 득과 실을 따졌다. 

△높은 비관세 장벽·현지 생산량만 늘려
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 교수는 “현 한·EU FTA는 관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높다고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의 60%가 제로 관세에 가깝다”며 “관세율을 인하한다는 명분으로 비관세 장벽만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또 “현지조달의무비율(local-content requirement)과 같은 조항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만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조달의무비율이란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품에 대해 일정량의 부품을 의무적으로 현지에서 조달해야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면 자동차 부품의 한국 수출양은 기대에 못 미치게 된다.

백 교수는 “한·EU FTA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문도 현지 생산량만 늘게 될 뿐 수출 증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 힘들다”며 “반면 한국은 법률·교육 등 161개 서비스 분야를 개방함으로써 오히려 국내 부분별 산업피해만 커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내국민·최혜국 대우와 같은 조항 때문에 한·EU FTA에 반영된 것은 한·미FTA에 똑같이 반영해야하는 것도 문제다”며 “최근 미국 측이 한·EU FTA 협정문에 명시된 관세 환급을 들고 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축산·낙농 분야는?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피해 축산·낙농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EU에 이어 세계 최대 낙농국인 호주, 뉴질랜드 등과 FTA를 체결할 경우 국내 유제품 시장이 초토화 된다”고 우려하며 선대책 후비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낙농과 양돈 산업에 대해서는 보완 대책이 마련될 경우 감내할 수준이다”며 “ 연구 결과한·EU 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낙농업 생산 감소부분이 7~8% 감소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EU FTA의 관세 환급 부분 같은 경우, 5년 후에 제한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한․EU FTA는 미국의회를 압박해 한․미 FTA 조기 타결과 일본 수입 물품 대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피해도 고려해야
한․EU FTA 비준 전에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대책을 묻는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 교수는 “현 법 규정에는 중소기업의 매출이나 생산액이 25% 이상 떨어졌을 때 정부에서 지원이 가능한데 중소기업에게 이 수치는 부도 수준이다”며 “이 수치를 5~10% 정도로 낮춰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 보조금 등 높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부분에 대해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EU에서 수출보조금 동시 철폐를 요구했지만 WTO의 규정에 따라 2013년까지 한국만 유보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WTO에서 농산물 부문에서 개도국으로 분류가 되 농산물에 대한 수출 보조금을 2013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한․EU FTA에서 TRQ ( Tariff rate Quotas)물량을 과다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최 대표는 “협상을 하다보면 농축산물이 워낙 민감하기에 장기 관세 관세 확보가 목표다”며 “(우리가 보호하는 만큼) 상대측도 최소한의 시장요구를 하게돼있다”고 해명했다.

TRQ란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TRQ가 늘어나면 그만큼 저율의 관세가 부과된 수입농산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농산물개방에 있어 논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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