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루 FTA 가서명, 경제적 기대효과는

2010-11-16 07:17

한국과 페루가 15일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함에 따라 칠레에 이어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페루의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현재보다는 미래가치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페루는 아연과 주석, 납 등 천연 광물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자원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일정부분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TV·3000cc 대형차 발효즉시 관세 철폐
양국이 이날 가서명한 FTA가 정식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10년 이내에 모든 교역 품목의 관세를 철폐된다.
페루로 수출되는 한국산 컬러TV와 배기량 3000㏄이상 대형차의 관세는 협정 발효 뒤 즉시 철폐되며, 1500∼3000㏄ 중형차에 대한 관세는 5년내, 기타 승용차는 10년 내에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수출용 세탁기와 냉장고에 대한 관세도 각각 4년, 10년 내에 철폐된다.
그러나 민감한 품목인 쌀, 쇠고기, 고추, 마늘, 인삼류, 명태 등 107개 품목은 FTA 협정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그 외 202개 농수산물은 협정 발효 10년후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페루의 주요 수출품목인 커피에 대한 관세(2%)는 협정발효 즉시 철폐되고, 아스파라거스와 바나나 등은 3∼5년 내에 관세가 폐지되며 오징어 중 비중이 큰 냉동·조미·자숙의 경우 10년 내에, 기타 오징어는 5∼7년 안에 관세가 철폐된다.
양국은 이르면 내년 초 한·페루 FTA협정문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성장잠재력 높은 페루, 시장선점 효과 기대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페루의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259억달러로 우리나라(8333억달러)의 15% 수준이다.
또한 한국의 수출시장에서 페루가 차지하는 규모(0.2%)보다 페루 수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규모(3.2%)가 크기 때문에 당장에는 페루가 양국의 FTA 체결로 인해 더 많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페루가 최근 연간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2005년 이후 5년간 평균 성장률이 중남미 주요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6.8%)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수입시장 성장률이 20%에 달하고 외국인 투자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송송이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번 한·페루 FTA 타결로 인해 페루 시장에서 다른 경쟁국들과 어깨를 나란이 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수출하고 원자재 등 수입
한국은 작년 페루에 6억4100만달러를 수출하고 9억1900만달러를 수입해 2억78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나타냈. 우리나라는 페루의 13번째 수출 대상국이자 9번째 수입 대상국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제외하고는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페루로 수출하는 규모가 두 자리수 증가세를 보였다.
국제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해 2006~2007년까지 페루에서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줄어든 이후 최근 다시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는 주로 페루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원자재와 농산물을 수입하는 전형적인 산업간 무역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와 비슷한 수출입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페루로 수출하는 품목은 승용차, 경유, 화물자동차, 휴대폰, 타이어, TV 등 공산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입품은 동광, 아연광 등 광물과 농산물 중에서 커피, 오징어 등 1차 생산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경진 기자 shi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