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후 한반도 정세 기상도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종료되면서 한반도 정세의 '새판짜기'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간 G20으로 인해 사실상 '유보'됐던 6자회담 재개흐름과 남북관계에 중대한 구조적 변화가 생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이는 당장의 구체적 변화 징후보다도 남북한과 주변 4강의 전략적 운용 방향에 근거하고 있다. 각국이 나름의 전략적 관점 속에서 천안함에 갇혔던 정세운용의 축을 '대화와 협상' 쪽으로 옮기는 쪽으로 무언의 교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남북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 재개 흐름도 일정한 시점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시적 흐름은 남북관계에서 부터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6자회담 재개의 '사전정지'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G20 기간 연쇄접촉을 가진 5자간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이미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갈 환경과 여건은 상당수준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으로선 후계구도 구축과 대외관계 안정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유화적으로 가져갈 공산이 크고 우리 정부로서도 후반기 국정운영의 틀 속에서 남북관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적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미.중도 '남북관계의 진전'을 6자회담 재개의 중요한 여건조성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며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앞으로 남북간에는 25일 적십자회담 등 각급 실무회담이 예정돼있지만 결국 큰 틀의 변화는 정상회담 추진을 계기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선 연말 연초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겨냥한 고위급 접촉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상회담의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망이다.
이 같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6자회담 재개 흐름과 병행하며 '선순환적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5자가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고 6자회담 재개를 향한 비적차원의 교섭 과정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가까운 시기에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5자협의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교섭 움직임은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자간의 일치된 메시지를 끌어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5자협의 과정에서는 북한이 취해야할 비핵화 조치의 내용을 놓고 이견조율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시설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비핵화의 상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정세전개의 관건은 결국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호응하고 일정한 상징적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6자회담이 재개되며 한반도 정세흐름에 전환이 예상되지만 북한 정권의 불가측성과 대외관계 변수를 고려할 때 속단은 일러 보인다.
특히 '천안함 해법'이 미묘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후계구도 안정화 차원에서 일단 남북관계 개선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천안함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표명하고 나올 지는 미지수다.
우리측의 비핵화 조치 선행 요구도 북한이 어느 수위로 화답할 지는 물음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조만간 IAEA 사찰단 복귀와 같은 상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고도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쉽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있을 5자협의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간 채널에서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미국과 맞상대하려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 해제와 선(先)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미대화'를 직접 요구하는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자협의 과정도 순조롭게 흐를 지 미지수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재역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상황에 따라 '북한 편들기'를 노골화하며 6자회담 조기재개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는 점이 변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의 전반적 정세는 당장 대화와 협상국면이 본격화되기 보다 '분위기'와 '여건'을 축적해가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각국이 전략적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외교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