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이니셔티브,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방지에 큰 역할"

2011-01-24 09:08

(아주경제 이재호 김유경 고득관 방영덕 기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환율 분쟁을 봉합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과 개발 의제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세계 경제 지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제안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의제들을 제안하거나 조율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4명의 전문가에게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사안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성공적인 회의'였다는데 4명 모두 동의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데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이종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 이번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정부는 물론 국가 전체의 위상까지 높아졌다.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도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리더십과 조율 능력을 인정했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 = 아시아 신흥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으면서 신흥국의 관심사항을 G20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균형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국제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시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의제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습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제기된 배경과 합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이종구 =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절실하고 중요한 과제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신흥국이 피해를 입거나, 특정 지역의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 금융위도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큰 역할을 했다.

△김재천 = 글로벌 금융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간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내년 G20 의장국인 프랑스도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중요 의제로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G20이 글로벌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프리미어 포럼으로서 정당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의 문제도 다룰 필요가 있다. 개발의제는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당분간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개발의제를 통한 저개발 국가의 성장은 글로벌 수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채욱 = 유엔이 주창한 새천년개발계획의 실현을 위해 갈수록 심화하는 글로벌 빈부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뤘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발의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영용 = 개발의제는 자금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의 장기 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취지다. 글로벌 경제가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선과 시스템적 위기 방지를 위한 글로벌 안정 메커니즘(GSM) 마련 등이 핵심이다. IMF 대출제도는 위기를 앞둔 국가에 미리 자금을 공급해 갑작스러운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G20 각국은 환율 분쟁이 봉합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회의 기간 중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시는지요.

△김재천 = 최근 환율을 둘러싸고 주요국 간에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와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각국이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이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갈등이 수습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프레임워크(협조체제)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만큼 환율에 대한 각국의 이견도 좁혀지게 됐다. 한국은 국제 정책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G20 회원국 간의 중재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채욱 = 한국이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 완료되면 외환보유액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해 환율 분쟁을 해소할 수 있다. 한국은 개방경제를 하는 나라로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하며 다양한 환율제도를 시행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국의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하는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김영용 = 환율 분쟁의 가장 큰 이슈가 중국의 환율정책 및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무역 불균형인 점을 감안하면 당사자인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성공적으로 회복시켰고 인위적인 환율 조작도 하지 않고 있어 중요한 위치에서 환율 조정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했다.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등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평가해주십시오. 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 규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종구 = 은행건전성 규제 강화, SIFI 규제, 장외파생상품 인프라 개선 등 FSB가 추진 중인 개혁 과제가 완료되면 향후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SIFI의 경우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마불사'는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제시한 만큼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고 위험한 투자 행위를 지속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금융규제 개혁의 핵심 과제들이 완결돼 앞으로는 각국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공동감시단 운영이나 국제회계기준 제정 과정에 신흥국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재천 = 서울 정상회의에서 마련된 SIFI 대응방안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와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SIFI의 범위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국내 금융회사의 규모를 감안하면 SIFI 규제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용 = BCBS가 새로 도입한 바젤III는 자산 건전성 외에도 유동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수익이 낮지만 위험이 적고 현금화가 쉬운 고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자산관리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한 대출을 선호하는 기존 행태는 더욱 강화되고 혁신을 지원하는 위험자본(risk capital) 역할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정상회의 후에는 각국이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과 은행세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채욱 = 시장참여자가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늘려 시장 전반의 리스크를 확대하는 것을 과세를 통해 줄이겠다는 것으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와 배치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영용 = 외화차입에 과세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본유입이 축소되고 홍콩이나 도쿄 등의 경쟁도시로 자금이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스왑시장이 위축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수출기업의 환헤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새로운 상시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외환보유고 확충,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통화스왑 등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외부 충격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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