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에서도 프러포즈할 수 있어야"

2010-11-10 10:06
'한식, 세계를 요리하라' 낸 외교관 손창호

   
 
 

현직 외교관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제안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주인공은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손창호(36) 1등서기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지원차 서울에 머무는 손 서기관은 9일 "한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면서 "외교관으로 여러 나라 음식을 접하다 보니 왜 한식은 세계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식, 세계를 요리하라'(럭스미디어 펴냄)를 낸 그는 한식이 세계화하려면 우선 국내 한식 문화가 고급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 의식 수준이 높아요.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면 식기에 뭐 묻었다며 많이 따져요. 하지만 유독 고깃집이나 분식집에 가면 태도가 달라져요. 불결하고 서비스도, 분위기도 별로인데 아무 불평 없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탈리아 음식은 서울 시내 어딜 가도 괜찮은 식당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 음식에는 왜 비판적인 소비자 의식을 갖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소비자 의식을 갖는 순간 한식은 고급화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거에요"

자신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지금의 부인에게 프러포즈했다는 손 서기관은 "한식 문화가 고급화해 한식집에서도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추장이 한식의 대표 소스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채롭다.

"한국 요리하면 떠오르는 불고기, 된장찌개, 신선로 등은 간장, 된장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이에요. 한정식집 고급 음식 가운데 간장, 된장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은 있지만,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은 없어요. 고추장 음식은 먹자골목이나 싸구려 분식점 음식으로 푸대접을 받아요. 하지만 한식의 미래는 고추장에 있어요. 매운맛으로 인기를 끄는 멕시코 요리처럼 한국의 대표 맛도 매운맛이에요."

한식 가운데 세계인에게 통할 음식으로는 '감자탕'을 꼽았다.

그는 "감자탕은 탄수화물(감자)과 고기(돼지 척추)가 결합한 음식이에요. 세계화한 음식치고 탄수화물과 육류 결합체가 아닌 게 없다"면서 "감자탕이 한식 세계화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또 "한식 하면 12첩 반상 등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는 충분한 창의력이 있으며 더 많은 요리를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ews@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