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세계 1위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서글픈 단면

2010-11-08 15:50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협력업체에 대한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물론 납품단가 인하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8일 관련업계 및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5위의 '현대삼호중공업' 및 전남지역 대표기업인 '대한조선' 임직원 15명이 협력사로부터 업무 편의와 기성 편의 등 청탁의 대가로 매월 금품을 수수한 협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3년 7개월간 315회에 걸쳐 3억1400만원의 금품을 받을 것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조선소 임직원들이 협력사 직원들에 비해 높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협력사 직원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되는 기성금의 일부를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이번에 입건된 임직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차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윤리교육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번 사건과 관련, 내부적으로 황무수 사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삼호중공업 임직원들의 추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조선소에서 사용되는 소모품을 허위로 검수하고 4억여 원을 챙긴 현대삼호중공업 과장과 납품업자를 검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이들은 수백t의 블록을 들어 올리는데 사용되는 와이어로프를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직원들의 안전을 담보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앞서 이 회사 담당 관리직원이 지난 8월 고물업자와 공모해 5억7000만원 상당의 철판을 절취한 혐의로 무안경찰서에 검거된 바 있다.

현재 현대삼호중공업 일부 임직원들은 지난 2008년 시설 확장을 위해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지역 유력인사들과 결탁해 시설투자비 일부를 빼돌린 협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회사 임원들이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 문제에는 대해서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뒤로는 추악한 짓을 일삼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중소 기자재업체들의 납품단가를 낮게 책정하는 이른바 대형조선사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사장은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 수주가뭄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면서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납품단가는 제자리를 걷고 있다"며 "중소 업체의 희생을 통해 이들 업체들은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원자재가격 인상 등을 감안하면 기존 납품가보다 15%~20% 인상해야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원청 업체인 대형조선사들은 납품단가를 오히려 10%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물량이 몰리고 있는 대형조선사들에 대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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