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지분 매각공고 이후] 속도 올리는 '우리' 아직 조용한 '하나'

2010-11-08 10:10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매각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유력한 인수 후보인 하나금융지주와 독자 생존 전략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우리금융은 말을 아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지만 정부의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돌연 강공으로 선회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지분 매각 공고가 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 우리금융, "승산있다"… 강공으로 선회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인 우리금융의 선봉장은 이종휘 우리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월례조회사를 통해 "오늘부터 우리은행 고객을 직접 찾아가거나 초청해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대주주 컨소시엄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독자 민영화를 위해서는 국내외 우량 투자자, 임직원, 거래 고객으로 구성된 과점주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다. 민영화와 관련해 △기관투자자(10%) △국내기업(10%) △해외 투자자(25%) △고객(10%) △우리사주조합(5%)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을 구성해 60%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은 56.97%로 이를 모두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이 행장 등 경영진은 이미 과점주주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업 및 투자자 명단을 만들어 접촉에 나섰다.

우리금융이 이 같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우리금융이 제시한 과점주주 컨소시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는 국내외 대형 금융기관과의 합병이 거의 절대적인 대안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KB금융지주가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하나금융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독자 생존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과점주주 컨소시엄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지만 민영화를 조기에 완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하나금융, 숨고르기 후 반격 노려

그 동안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 왔던 하나금융은 매각 공고 시점을 전후로 오히려 조심스러워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 특강에 참석해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인연이 있으면 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종전보다 톤이 낮아진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김 회장은 오는 9~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IR)에도 참석치 않기로 했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다소 의외의 결정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싱가포르 IR은 정례적인 행사로 김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며 "11월 중 김 회장의 해외 일정은 없다"고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9.62%)이 지난달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떠나면서 인수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하나금융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마섹 이탈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인수를 과도하게 밀어붙일 경우 골드만삭스(8.66%)와 국민연금(8.19%) 등 다른 주주들까지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이번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입찰에서 빠질 가능성은 낮다. 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 금융권 인사는 "하나금융이 입찰에 참여할 것은 확실하다"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진검 승부는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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