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 윗돌 메꾼 '햇살론'… "역차별 불렀다"

2010-11-03 17:39

정부가 서민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출시하면서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보증 한도를 동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햇살론을 이용할 수 없는 1~5등급 고신용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지역 신용재단의 신규보증을 받을 수 없게 돼 사실상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3일 금융위원회와 지역 신용재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 저소득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햇살론을 출시하면서 지역 신용재단의 보증 한도를 현 수준으로 묶기로 결정했다.

지역 신용재단들의 보증한도는 기금(2조원)의 5배인 1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서민지원에 나서며 한도는 이미 소진됐다.

정부는 신규보증 수요가 있을 경우 이를 햇살론으로 대체하라는 영업지침을 각 지역 신용재단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햇살론이 신용 6~10등급 또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 1~5등급에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의 자영업자는 햇살론을 받을 수 없으며, 정부 방침에 따라 더 이상 지역 신용재단으로부터 신규보증을 받을 수 없다.

자영업은 사업장 규모나 현금 흐름, 경기 등에 따라 자금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용도나 연소득과 관계없이 보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증재원을 줄여 햇살론으로 대체, 출시한 정부의 친서민정책이 제도의 사각지대를 터놓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년부터 지역 신용재단의 총 보증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 지역 신용재단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 금융지원정책이 '햇살론'으로 종합되며 신용보증기금 등 각종 보증재단의 한도를 동결하거나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 재정 및 건전성에 부담이 됐던 데다, 취급 금융기관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역 신용재단의 경우 현 정권 출범 이후 △New Start 영세자영업자 특례보증 △자영업자 유동성지원 특례보증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 △개인신용 보증 등을 통해 4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보증을 실시했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도 지난 2008년까지 총 보증규모가 28조~29조원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40조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보증기관의 적정운용배수를 기관 총 자산의 4배로 산정하고 있다. 그 이상일 경우에는 안정적인 운용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역 신용재단의 운용배수는 7배 정도이며, 신보는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증기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 내에서도 '막 퍼준다'는 인식이 커지며 햇살론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취급 금융회사들도 서민금융에 대한 열기가 상당히 식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