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유람]식용유가 급등, 원인은 GMO콩?

2010-10-19 14:21

(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진룽위(金龍魚), 루화(魯花), 창서우(長壽), 중국인이 애용하는 식용유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대부분 요리에서 기름을 사용하는 중국인들에게 식용유 가격 상승은 한국인에게 배추 가격 상승만큼 ‘위협’적인 현상이다.

올 7월부터 수입콩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콩기름 가격 상승이 도매시장에서 소매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콩기름 가격뿐 아니라 땅콩 및 옥수수 기름 등 다른 식용유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전문가들은 식용유 가격 상승 현상을 주목하며 원인과 해결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재미있는 견해는 기름 가격 상승이 ‘유전자변형 콩’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 주장의 이면에는 중국이 수입콩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전제하고 있다.


중국은 콩의 원산지이다. 중국의 콩 재배 역사는 무려 5000여 년에 달하며, 콩은 중국인이 매우 즐겨먹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그럼에도 매년 수요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문제이자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려할 점은 수입되는 콩의 상당수가 미국‘유전자변형 콩’이라는 사실이다.

유전자변형(GMO) 콩은 그 유해성 여부를 떠나 그 수입 자체 만으로 중국 농가와 관련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유전자변형 콩에 대한 수입제한이 없다. 때문에 비GMO 콩에 비해 저렴한 유전자변형 콩이 물밀듯이 수입되고 있다. 유명 브랜드 식용유들이 앞다퉈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하면서,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인 중소 업체들도 이를 답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중국 콩 재배 농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4000여 콩 재배 종사자는 실업과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콩 주산지에서는 콩 가공 기업들의 줄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고사 위기에 몰린 중국 콩 관련 산업과 달리, 미국의 콩 농장은 중국의 콩 대량 수입으로 점점 배를 불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중국의 식용유는 사실상 항상 가격 파동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콩 시장에서 만큼은 중국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다. 콩 수입가격이 요동치면 전 중국인의 식탁이 출렁이는 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정부는 아르헨티나에서 콩을 긴급 수입하고, 정부 비축분을 대량 방출하는 등 콩 값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국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과 인플레이션 우려 불식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

콩의 원산지이자 주산지이자, 5000년 재배 역사와 다양한 콩 가공 문화를 지닌 '종주국'인 중국의 국민은 현 상황에 개탄하며, '식탁 주권 회복'을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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