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봐주기 세무조사' 다시 도마
'공정과세'와 '비리척결'을 내세우며 개혁에 나섰던 국세청이 다시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에 휩싸였다.
국세청이 지난 2007, 2008년 태광그룹 계열사 세무조사에서 1천억원대 이상의 비자금과 세금탈루 사실을 적발하고도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채 태광그룹측에 수정신고토록 하고 수백억원의 추징금만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당시 추징금 규모로 볼 때 국세청이 태광그룹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지도, 자료를 넘기지도 않은 것은 아주 예외적인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검찰이 18일 오후 전격적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 자료확보에 나선 것도 당시 국세청이 태광그룹의 로비 영향으로 엄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봐주기 세무조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세청도 태광그룹 비자금.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대상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세청 일각에선 태광그룹 수사의 불똥이 국세청에도 튀는 게 아닌 지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과 함께 이른바 '빅4 권력기관'이라고 불리는 국세청이 다른 사정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대검 중수부로부터 '예고 없는 수색'을 당했다.
지난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200억원 이상의 조세포탈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일부 혐의를 빠뜨리거나 검찰에 일부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배경을 연상케 하는 사례다.
지난 2008년 12월에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뇌물 수수혐의와 관련해 이 전 청장이 일부 대기업의 청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구지방국세청이 검찰의 압수수색대상이 됐다.
또 작년에는 국세청 직원들의 세무관련 비리 의혹과 관련, 경찰이 중부지방국세청과 서울의 종로.용산.구로세무서 등을 각각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번 의혹이 과거의 사례와 오버랩되면서 1년여간 국세청의 개혁작업을 지켜봐 왔던 일부 국민들은 "국세청이 일반납세자에겐 공정과세를 주장하면서 대기업에 대해선 여전히 봐주기 세무조사냐"며 비판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공정과세'와 '세무비리 척결'을 강조해온 국세청은 이번 태광그룹 사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국세청은 전날 검찰의 '예고 없는 방문'이 통상적인 의미의 압수수색이 아니라 '개인 과세 자료에 대한 자료요청'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태광그룹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대상에 국세청도 포함됐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는데 무슨 이유로 수사대상이 되겠느냐'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 과세정보를 국세청이 다른 기관에 넘겨주기 위해선 판사의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제 검찰이 영장을 갖고 방문했던 것"이라면서 "태광그룹에 대해 봐주기 세무조사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어제 오전 10시에 팩스로 서울청 조사4국에 압수수색영장을 보내와 관련 서류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검찰 직원 1명이 오후 2시30분께 와서 몇 가지 서류를 받아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물리적 충돌은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현행법의 규정을 준수하면서 국가기관 간에 관련자료를 주고받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였을 뿐이라는 것.
다른 고위 관계자도 "당시 태광그룹 세무조사 결과는 법과 원칙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은 터무니없는 억측일 뿐이며 이런 의혹으로 국세청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관측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이번 일은 이미 2~3년 전의 일로 국세청이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현재'와는 다른 시절의 얘기라는 것이다.
국세청의 수장인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청장은 취임한 지 50일 만에 처음으로 19일 오전 대외행사에 참석, 회계.법무법인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이 자리에서 태광그룹 사태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대기업과 대주주의 성실납세 필요성만을 강조,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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