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자상가 '중관춘' 과학·금융 단지로 물갈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베이징 서부 전자상가 밀집지역인 중관춘(中關村) 에 ‘구조조정’ 의 칼 바람이 불어 닥쳤다.
중관춘에 입주한 전자기기 업체들이 하나 둘씩 ‘쫓겨’ 나면서 앞으로는 전자기기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붐비는 장면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중국 경제관찰망이 19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 하이덴(海淀)구 정부가 ‘중관춘 업무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관춘을 ‘최첨단 과학 금융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덴구 정부는 계획에서 “연구개발(R&D), 혁신기술개발, 첨단금융업종 분야를 적극 지원 권장하며, 전자상가·쇼핑센터·식음료분야 등은 장려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된 이후 중관춘에 입주해 있던 대다수 전자기기 업체들이 서서히 이곳을 떠나고 있다.
중관춘에서 전자기기 점포를 운영하는 류카이항(劉開航) 사장은 “지난 해 정책 발표 이후 전자기기 대리점들이 하나 둘씩 이곳을 떠나고 있다”며 이미 5% 정도가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관춘 내 오피스 상가 업주들도 정부 정책에 맞춰 점차 세입자 ‘물갈이’에 나섰다.
중관춘 대형상가 중 하나인 ‘e스제(世界)'는 올해부터 소규모 하드웨어 업체의 입주를 거절하기 시작했다. 다만 생산력과 자체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 하드웨어 업체는 예외로 했다.
하이룽(海龍), 딩하오(鼎好)와 같은 대형 상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이룽은 지난해 11월부터 상가 내 12~16층에 입주한 전자기기 업체를 퇴출시키고 대신 오피스로 개조해 첨단금융, R&D업체에 세를 주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하이룽 상가는 1~16층까지는 전부 IT기기 판매매장이었지만 현재 이 중 12~16층을 오피스로 개조한 것이다.
양즈창(楊志强) 중관춘 조율관리위원회 주임은 “현재 중관춘에서는 상업 공간 면적을 줄이는 대신 첨단금융기업의 입주를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부 전자기기 업체들은 ‘찬밥신세’가 되어 쫓겨나고 있는 처지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어 중관춘에서 하드웨어 점포를 운영해왔던 류밍(劉明)은 "이제 중관춘에서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밍은 최근 중관춘에서 나와 근처 지역에 점포를 열었지만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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