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혼부부·학부모 "전셋집 어디없나요"

2010-10-19 19:46
교통·학군 좋은 지역선 물건 선점해 수요 '폭발' "집 살사람도 월세·전세 몰려… 예약후 기다려야"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매물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있다. 하지만 16개 안내문 중 전세 물건은 2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형 평형이다.  

(아주경제 이혜림·김지나 기자) "지금 전세는 없어요 없어… 한두달 정도 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우선 월세를 살다가 전세로 돌리는 방법 밖에 없을거에요."

서울과 수도권 전세난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1주일새에 1000만~2000만원 오른 가격에도 괜찮은 물건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가을철을 맞아 이사 수요에 신혼방 찾기에 나선 젊은 부부까지 전세집 구하기에 나서면서 교통이 좋은 지역의 중소형 주택은 귀한 몸이 됐다. 또 최근에는 학군이 좋은 지역의 전세물건을 선점하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며 전세시장은 폭발하기 직전이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지역 중 하나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무소에는 전세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이어졌다. 대부분 내년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을 둔 부모들로 자녀 교육을 위해 원래 살던 동네에서 목동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30평대 아파트는 1달 전에 비해 시세가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워까지 올랐다"며 "하지만 기존 전세계약자가 그대로 눌러 앉는 바람에 새로이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목동 지역은 매년 가을철에는 학교배정 시기를 앞두고 몰려드는 전세 수요로 전셋값 불안이 계속되는 곳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요조차 전·월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민국 교육 1번지로 명성이 자자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사무소에는 최근 주말마다 전셋집을 보러다니는 40대 중후반의 학부모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치동 전세시세는 102~108㎡ 기준 보통 5억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지만 물건은 이미 동난 상태다. 겨울 방학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전셋집을 찾던 한 연구소 관계자는 "자녀를 강남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앞으로 6년 정도 대치동에서 살 생각으로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며 "물건이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집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요가 넘치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치동 선경 아파트 102㎡의 전셋값 시세는 최근 5억~5억5000만원으로 1달 전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다. 시설이 낡은 은마아파트도 101㎡의 전셋값이 최대 3억1000만원으로 전달의 2억6000만~800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선경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주택 매매는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전세 문의는 매우 활발하다"며 "내년 하반기 정도에 청실 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되면 내부 이동과 외부 유입이 맞물려 이 지역  전세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비상이 걸렸다. 10~20평대 소형 주택의 씨가 마르면서 살 집이 없어 결혼을 미루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사 앞에 매물 정보 대신에 '전세를 구하기 위해 예약 대기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지하철 9호선이 가깝고 소형 아파트가 비교적 많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는 최근 신혼부부들의 전세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이 곳의 전세시세는 강나루 현대아파트 79㎡가 1억8000만~2억원, 가양 6단지 아파트 72㎡가 1억2000만~1억40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양동 S공인 K대표는 "결혼시즌을 맞아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79㎡이하 전세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매물 자체가 없어 대부분 예약 대기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길음·미아뉴타운 등의 대규모 입주 여파로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던 서울 강북권에서도 최근 전세난이 시작됐다.

성북구 길음동의 삼부아파트 80㎡ 전셋가는 1억3000만~1억4500만원으로 6개월 전에 비해 2000만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물건이 없어 인근 공인중개사 벽면에는 전세 물건을 소개하는 안내문 대신, 전세물건을 찾는다는 내용의 종이만 붙어 있다.

노원구에서는 학원들이 많이 몰려있는 중계동 뿐만 아니라 상계동과 월계동 일대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물건이 부족하다보니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도 앞다퉈 계약을 서두른다.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하루에 전세 문의만 1~3건"이라며 "요즘 한창 결혼철이라 특히 신혼부부들이 문의를 많이 하지만 전세 물량이 없어 재계약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shortr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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