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조] '뻔순이' 조현주, 드디어 일냈다

2010-10-18 07:48

뻔순이가 일냈다'
 조현주(18.학성여고)가 18일 오전(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제42회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예선에서 여자 도마 종목별 결승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표팀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이필영 대한체조협회 여자 기술위원장(용인대 교수)을 필두로 국제 심판으로 대회를 참관 중인 박남미 공주대 교수, 강기철ㆍ김윤지 여자대표팀 코치에 눈에는 자연스럽게 이슬이 맺혔다.

   1979년 미국 포트워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여자 대표팀이 처음으로 참가한 이래 31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 종목별 결선 진출자가 탄생한 이날을 대표팀은 크게 자축했다.

   남녀 등록 선수 1천여명에 불과한 척박한 국내 환경을 딛고 유럽의 쟁쟁한 나라를 따돌리고 조현주가 8명이 겨루는 종목별 결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하자 여자대표팀은 그간 설움을 씻어냈다는 듯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남자 선수들은 유옥렬, 여홍철, 이주형 등 4명이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와 평행봉에서 각각 세계 정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여자 체조는 결선 진출자 한 명도 내지 못했기에 당했던 수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표팀 내에서 조현주의 별명은 '뻔순이'다. '뻔뻔하다'는 뜻보다도 그만큼 연기에 자신감이 넘치고 대표팀 분위기를 잘 이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조현주의 체조인생은 드라마틱했다. 키가 147㎝에 불과한 조현주는 현재 대표팀 6명의 멤버 중에서도 '몸매'로만 따지면 체조 선수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표 선수로 뽑힐 수도 없는 체구였지만 대한체조협회가 지난 2006년 러시아 출신 명장 레오니드 아르카예프 감독과 마리나 블라센코 코치를 데려오면서 조현주의 인생이 확 바뀌었다.

   아르카예프 감독은 지도 철학이 맞지 않아 1년 만에 러시아로 다시 돌아갔지만 장래성을 보고 조현주를 주니어 대표로 발탁했고 마리나 코치가 아르카예프 감독의 바통을 물려받아 지속적으로 지도하면서 새롭게 눈을 떴다.

   이필영 기술위원장은 "도저히 우리 생각으로는 당시만 해도 체조 대표 선수라고 볼 수 없던 조현주를 아르카예프 감독이 유망주로 낙점해 키웠다. 조현주는 그때만 해도 공중 연기가 안 되던 선수였다. 그러나 꾸준히 관심을 두고 육성하자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데뷔 무대를 치러 개인종합 62위에 오른 조현주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단체전 출전이 좌절된 각 나라 선수들을 대상으로 뽑은 와일드카드를 잡아 본선 무대를 밟았고 개인종합 58위를 차지하며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영국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종합 순위를 45위로 올렸고 이날 세 번째로 출전한 세계대회에서 마침내 한국 체조의 신기원을 열었다.

   조현주는 이번 대표팀 6명 중 나이로만 따지면 박은경(19.조선대)에 이어 두 번째지만 국제 대회 출전 경험과 카리스마로는 '맏언니' 격으로 대표팀이 이날 단체전에서 20위에 올라 13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기폭제 노릇을 했다.

   이제 남은 건 한국 여자 선수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메달 가능성이다.

   조현주는 14.250점을 받았고 결선 진출자 중 3위인 14.633점을 받은 페르난데스 바르보사(브라질)에 불과 0.383점 뒤졌다.

   1위 알리야 무스타피나(러시아.15.283점)와는 고작 1점 정도 차이여서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도 가능한 형국이다.

   김윤지 대표팀 코치는 "도마는 정말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당일 실수에 따라 성적이 갈리는 만큼 메달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