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신흥경제권 영향력 커져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글로벌 자금이 최근 주요 선진국의 추가부양 움직임 속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고 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향하고 있는 곳은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속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다.
금융리서치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한 주간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로 흘러든 자금은 41억 달러로 전 세계 주식형 펀드로 쏠린 전체 자금(76억3000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이로써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는 6주 연속 233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올 들어 모두 600억 달러를 집어삼켰다.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순유입된 자금도 410억 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잇따른 통화완화 정책 탓에 시중금리는 물론 통화가치가 바닥을 치면서 기존 시장 내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인도(6.0%)는 올 들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나 인상했고, 브라질(10.75%)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추가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자 이머징 증시 벤치마크인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4.6% 올랐다. MSCI프런티어마켓지수도 지난 7월 이후 최근까지 20%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유로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달간 5% 가까이 떨어졌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스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통화완화(easy money) 정책 탓"이라며 "선진국의 추가부양에서 비롯된 유동성이 고수익을 찾아 신흥시장 지역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협회(FII)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4%에서 내년에는 2.7%로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성장률은 2.4%에서 1.7%로 뒤처질 전망이다. 그 사이 신흥국 경제는 올해 6.8%에서 내년 6.0%로 6%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FII는 특히 신흥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선진국 경제의 리스크 확대가 맞물려 내년에도 민간자금의 신흥시장 쏠림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증시자금 5495억 달러 등 모두 8335억 달러가 신흥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특히 필리핀ㆍ방글라데시ㆍ앙골라ㆍ페루와 같은 '프런티어 시장'이 최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프런티어 시장이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경제를 기반으로 신흥시장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27% 증가했고, 자본시장 규모는 65% 커졌다. 필리핀 역시 최근 5년간 18% 성장하는 동안 자본시장 규모를 37% 확대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어셋매니지먼트 회장은 "프런티어 시장은 최근 강력한 내수에 힘입어 자기통제 하에 경제개발에 나설 수 있는 독무대를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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