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기업.정치인 ‘길들이기’...집권안보 노리나
검찰, 태광그룹 고강도 수사...‘공정사회’ 구현차원
한화그룹 비자금, 6·2지방선거 비리 등 정치권 ‘압박’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사정당국은 기업과 정치권을 타깃으로 쌍끌이 수사를 전개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 등에 따르면 검찰, 국세청 등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운영방침인 ‘공정한 사회 구현’ ‘대·중소기업 상생’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첩보수준이라도 기업의 부정의혹이 나온다면 철저히 파헤칠 계획이다. 또 조기 레임덕 없이 안정적 국정운영의 발판을 마련키 위해 2007년 대선자금 문제도 짚고 넘어가 정치권을 압박할 태세다.
◇태광그룹, ‘공정사회’ 구현 시범케이스 되나
최근 4개월간 사정당국이 압수수색한 그룹이나 기업은 우리은행, 대우조선협력사(임천공업), 한화그룹, 태광그룹 등이다. 또 국세청은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음주에는 내부 고소·고발로 얼룩진 신한은행 신상훈 사장 등이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검찰이 재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국정후반기 아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정당국은 기업을 상대로 ‘맞춤형’ 고강도 수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벌인 서울 서부지검의 태광그룹 압수수색은 ‘공정사회 구현’에 수사 방점이 찍혀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대표이사가 계열사의 신주를 저가에 발행하는 편법을 통해 고교생인 아들에게 그룹의 지분을 상속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부정한 부의 대물림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게 검찰의 각오다.
국세청의 롯데건설 세무조사는 ‘대·중소기업 상생’ 정착의 일환이다. 롯데건설이 일부 지역의 하도급업체와 거래하면서 납품단가를 낮췄다는 제보로 조사가 시작된 것.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제로 급부상한 상황이어서 조사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자금·지방선거 비리 등 사정바람, 정치권에 ‘직격탄’
검찰의 ‘사정바람’은 정치권도 비켜가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 북부지검은 한화그룹 차명계좌 56개에 조성된 비자금 300억원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 전.현직 임원 20여명과 회계 담당자들을 소환조사한 결과, 비자금 조성경위나 흐름이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와 유사해 비자금의 용처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전언이다.
한나라당 검찰 출신 한 의원은 “대대적인 대선자금 수사라기 보다는 사례별 접근으로 본다”며 “기업별로 비자금 수사시 정치권에 자금이 유입됐다면 처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6·2지방선거 당시 금품수수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서울 북부지검은 선거 출마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희선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의원 개인비리의혹에도 검찰은 깊숙이 개입한 상태다. 남양주 출신 야당 의원 동생이 토지용도변경을 약속하고 지역기업가들의 부동산 매입자금 일부를 착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 중앙지검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
다만 이 의혹과 관련, 제보자의 딸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패한 전력이 있어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장기미제 사건을 정리차원에서 조사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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