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소비자는 보다 실질적인 친환경 제품을 원한다

2010-10-14 11:31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두 형제는 비가 내릴 때 사용할 방수 가방이 필요했다.

어느 날 그들은 화물트럭 덮개에서 영감을 얻어 그 덮개 천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트럭 덮개를 잘라내고 자전거 튜브로 모서리를 감싸 안전밸트로 가방 끈을 만들어 탄생한 것이 바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프라이탁(Freitag)' 가방이다.

‘친환경’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제 친환경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과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부를 통해 모아진 중고 의류와 재료를 활용한 제품들이 제작돼 판매되는가 하면 이른바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를 표방한 제품들이 유통가에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 주체인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주부들의 ‘녹색소비’ 실천점수는 50.6점으로 71.5점을 기록한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이는 친환경 의류나, 자동차 구입 등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친환경 관련 실천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일상 생활에서의 친환경 소비를 독려하기에는 기업들이 내놓는 친환경 제품들의 문제도 적지 않다.

자사 제품에 친환경이나 녹색이라는 이미지만을 부여하는데 급급해 실제 친환경 생활 및 소비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양산하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친환경 소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친환경 제품이 가격이 비싸 구입이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고 제품의 질 또한 기존 제품들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친환경 제품과 소비에 대한 인식 전환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친환경이란 개념 자체가 당장의 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실감하는 순간 이미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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