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폭등 막을 안전판이 없다

2010-10-03 19:11

-농산물 유통센터 건립 예산 제외, 유통구조 난맥상 방치 등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농협중앙회가 농·축산물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추진키로 한 '경기도 안성 농식품 소비지가공센터' 건립사업(이하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지연으로 올해안 착공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최근 배추·무 등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폭등한 신선채소 등의 가격안정을 도모하려던 농협과 정부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사업 연구용역 수임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당초 8월내에는 끝나게 돼 있던 관련 예타 결과발표가 지연되면서 지난달 말 발표된 내년 예산안에 국고보조금액이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예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산안 반영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국가재정법 상에서는 3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에 국고 보조를 신청할 경우 사업 착공전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요즘처럼 배추 한포기 가격이 폭등한 상태에서 소비지 가공센터가 설립되면 농산물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센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농식품부 역시 농산물 소비지가 아닌 생산지 위주로 설립돼 있는 APC(산지유통센터) 등으로는 가격 안정기능 및 관련 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소비지 가공센터 설립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안성 소비지 가공센터 건립 사업은 지난 3월 '국고보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돼 지난 4월21일부터 8월20일까지 4개월 동안 KDI 본 심사, 6월 부지조성공사 및 실시설계, 오는 12월 공사착공, 2012년 12월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국고 보조여부를 결정하는 예타 조사결과가 정부의 예산 편성전에 마무리됐어야 했다.

그러나 학계 등의 인사로 구성돼 있는 관련 연구용역팀이 농축산물을 공공재화가 아닌 사재(私財)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예타조사결과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농협측은 농산물 산지와 소비지 사이에서 얽히고 설켜 있는 다단계 유통구조가 전 농산물을 기준으로 많게는 55% 까지 소비자들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유통단계의 획기적 단축으로 인한 물가안정기능과 소포장 등 관련 농산물 가공산업 육성에 따른 신유통체계 구축을 위한 센터 설립을 위해 관련 사업비가 내년 예산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지(APC)→ 서울 가락동 등 농수산물도매시장 → 지방 등으로 다시 역류하는 등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대략 6단계의 유통구조가 센터 설립으로 3단계까지 낮춰져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

더욱이 최근 배추 등 폭등하고 있는 신선식품 가격 등 농산물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면 정부가 중국산 수입 등 일회성 대책에 그치지 말고 중장기 유통구조 선진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있는 한 주부(33)는 "요즘 배추김치를 먹으려면 자기가 직접 재배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채소가격 급등은 정부의 늑장대응이 화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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