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임경완 '이번에는 해피엔딩'

2010-10-01 13:2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두산에 2연승을 거둔 데는 투수 임경완(35)의 숨은 공로가 자리하고 있다.

임경완은 지난달 29일과 30일에 열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 모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말까지 3⅔이닝을 던지며 뒷문을 굳게 지켜 행운의 승리까지 챙겼다. 데뷔 1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리를 따낸 것이다.

2004년 22홀드로 1위에 오르며 롯데 불펜진의 주축으로 떠오른 임경완은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마무리 보직의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임 작가'라는 별명이 임경완을 지겹게 따라다녔다.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극적인 승부를 연출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그 드라마는 롯데의 비극으로 끝을 맺을 때가 더 많았다.

위기 때마다 등판해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불을 질러 경기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새가슴' '불경완'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그 해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임경완은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 '필승 계투조'의 일원으로 자리를 바꿔 4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5에 4승1패 1세이브 7홀드를 남기며 환골탈태했고 올해 마무리로 복귀했다.

올 시즌 이정훈 등과 함께 집단 마무리 체제를 형성하면서 47경기에서 3승4패 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8월에 잠시 주춤했지만 9월 들어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준플레이오프에도 무난히 나올 수 있게 됐고 팀의 초반 2연승을 이끌기에 이르렀다.

양상문 롯데 투수코치는 "임경완이 중요한 보직도 많이 맡으면서 실패도 그만큼 많이 해봐서 심리적으로 경험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가기 전 임경완에게 '집중력만 가지고 하라'고 말했다"면서 "자기 공만 던질 수 있다면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양 코치는 또 "자신이 집중력을 갖고 낮게 공을 던질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임경완의 최근 호투 배경을 설명했다.

로이스터 감독도 "임경완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 막아줬다. 두산이 적어도 2점은 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잘 던져주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2일 롯데의 안방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임경완의 '가을 드라마'가 롯데의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