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갈등, 방송법개정 논의 이어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케이블TV 방송 간 재송신 분쟁에 적극 개입하면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둘러싼 방송법의 입법 미비와 제도 개선의 불가피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지난 8일 케이블TV의 현 지상파 재송신 관행에 대해 저작권법에 비춰 위법행위라고 분명히 결론내림으로써 방송업계가 `보편적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받아들여온 현 방송업계 내 역할 및 수익배분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지상파가 제기한 재송신 관련 민사 및 형사소송은 방송업계 내 오랜 지상파와 케이블 간 할거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는 거센 `폭풍우'로 받아들여진다.
지상파 입장에서 볼 때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대가 지불 없이 재송신하는 행위를 통해 업계의 입지를 키워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가 보편적인 시청 범위를 케이블 업계의 노력에 기대어 확보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 제공은 무시한 채 일방적인 콘텐츠 대가 요구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를 대변하는 방송협회 관계자는 "플랫폼을 지닌 케이블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누린다면 응당 그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케이블이 시청범위 보장에 기여해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영업행위에 따른 것으로, 법원이 재송신 행위를 영업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사실 관계가 명백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는 시청범위 확보를 위해서도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대표는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역할과 수익을 나눠온 측면이 있다"면서 "케이블의 재송신 행위가 지상파 시청권역을 넓혀 안정적 광고 수익을 보장해준 측면 등은 인정치 않고 일방적으로 재송신 대가를 요구한다면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이 같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방송법상 재송신에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장 저렴하고 보편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져온 `전파'에 기반한 지상파 수신이 실제로는 다수 가구에서 불가능한 현실에 기인한다. 방통위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디지털방송 직접수신율은 아파트 46.1%,연립주택 8.2%,단독주택 12.6%로 50% 미만이다.
현행 방송법은 의무동시재송신의 경우 저작권법의 일부 권리 제한을 인정하면서도 재송신 관련 부대사항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업자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의무동시재송신 대상은 현행법상 KBS1TV와 EBS 두개 채널 뿐이지만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3사 방송을 보편 서비스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에 기대 지상파 3사 채널 모두를 재송신하고 있다.
김정태 방통위 전 지상파방송정책과장(현 캐나다 연수)은 올해 발간한 `디지털시대 방송법 해설' 개정판에서 "의무동시재송신은 유료방송사와 공영방송 모두에게 공익성 구현 차원에서 동등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사업자간 상호 협동정신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부대사항에 대해 보다 분명한 근거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승현 방통위 방송정책국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방통위는 제도개선을 향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다만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의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자마다의 입장과 견해가 다르고, 방송사업자에게 법적 의무가 부여되는 점을 감안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신중한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우선 검토하는 방안은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하거나 특정 채널의 의무제공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또 사업자간 분쟁 발생시 적극적인 개입과 강제력 행사가 가능한 `조정적 중재' 또는 `직권중재' 등이 검토된다.
그러나 지상파가 지상파 직접 수신 환경이 열악해진 이유로 내심 방통위의 케이블 우선 정책을 지목하고 있는데다가 케이블 역시 지상파의 재송신 대가 요구를 실시간 지상파 방송 유료화와 동일시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어 중재나 제도개선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