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도래로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부채질

2010-09-20 16:16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엔화의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우위를 발판으로 수출호조가 기대되는 반면 일본 부품을 수입, 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때아닌 복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정부와 관련 업체에 따르면 엔화 강세에 따라 일본과의 수출경쟁이 심한 자동차나 가전, 반도체, 일반기계 등 상당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은 경제연구소는 엔화가치가 5% 높아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똑같이 백만 원 한 LED TV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각각 99만원과 108만원이 돼 우리 제품이 9만 원 더 싸진 셈이고, 당연히 더 잘 팔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업체들이나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엔고 현상으로 오히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업체는 원자재의 80%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자재값이 40%나 올랐지만 부품을 파는 곳이 일본 업체뿐이라, 엔고 현상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는 몇 년째 그대로다.
과거 저환율 때 엔화를 빌린 업체도 비상이다.

한 액세서리 업체는 4년 전 당시 환율이 100엔당 800원선일때 1억5000만엔(원화 약 13억원)을 엔화대출했다.

하지만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원금은 두 배로 껑충 뛰었고, 이자율마저 3배나 높아져 매년 8000만 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된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이 엔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

한 경제전문가는 "슈퍼 엔고가 우리 경제에게 도약의 기회일수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신호일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이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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