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단막극 들고온 '김삼순' 김윤철 PD

2010-09-19 08:16
'주부 김광자의 제3활동'으로 3년만에 복귀

복수와 음모, 배신과 증오가 점령한 안방극장에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휴식 같은 드라마가 찾아온다.

MBC는 22일 오전 10시35분 추석 특집극으로 아이돌 그룹의 팬이 된 42살 아줌마 이야기를 담은 단막극 '주부 김광자의 제3활동'을 방송한다.

이 드라마가 감동은 있으나 흡입력은 덜한 기존의 명절 드라마와 차별되는 매력이 있는 것은 바로 연출가 때문일 것이다.

연출을 맡은 이는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든 김윤철 PD다. 2007년 '케세라세라' 이후 한동안 연출을 맡지 않다가 이번 작품으로 3년 만에 TV 드라마 연출에 복귀한다.

김 PD는 "40대 주부가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대본이 주는 매력이 컸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30~40대 주부를 많이 봤는데, 이분들이 단순히 좋아해서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그런 분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삶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김광자라는 캐릭터가 2010년 주부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본은 작년 경북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양미경이 주인공 김광자 역을 맡았으며 김광자의 남편이자 진급을 못 한 파출소 부소장 역에는 김갑수가 출연했다. 김광자의 앞에 나타나는 아이돌 진 역에는 그룹 MBLAQ의 이준이 얼굴을 내민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를 게 없이 눅눅하던 김광자의 삶은 아이돌 진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일상의 '볼륨'은 올라가고 무력하게 흩어졌던 시간은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해 반짝인다.

김 PD는 "일상적인 가사 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며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치나 경제 같은 거대한 영역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덜 중요한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흔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주부들의 삶을 너무 쉽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의 삶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인 양미경이 "일상적이면서도 정갈하고 맑은 느낌을 가졌다는 데서 김광자의 캐릭터에 잘 맞았다"고 했으며, 김갑수는 "원래부터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코미디를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이번 드라마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고 평했다.

MBC 드라마 중에서는 최초로 '레드원(Redone) 카메라로 촬영됐다. 35㎜ 극장용 필름의 원본과 가장 가까운 상태를 담아내는 카메라로,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높은 해상도를 선보인다.

김 PD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후 MBC를 퇴사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이후 '케세라세라' 연출을 맡았고 한일 합작 형태의 텔레시네마 '결혼식 후에'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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