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상 첫 영국 국빈 방문

2010-09-16 22:32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6일 영국을 국빈 방문해 나흘 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교황은 이날 오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과 가톨릭 지도자, 군악대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이어 시내를 가로질러 홀리루드 궁전에서 엘자리베스 2세 여왕을 만나 함께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번 방문은 가톨릭과 성공회 사이에 관계를 긴밀하게 할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가톨릭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들 뿐 아니라 영국 전체로 친교의 손길을 넓히게 되길 원한다"며 여왕과 영국민의 축복을 기원했다.

   교황은 또 "영국과 영국 지도자들은 사회로부터 신을 떼어놓고 보편적인 인간성을 부인하려는 나치에 저항해 싸웠다"고 치하했다.

   교황은 이어 신도들을 볼 수 있는 방탄유리로 된 전용 차량에 탑승해 길가에 기다리고 있던 10여 만명의 신자 등에게 손을 흔들며 케이스 오브라이언 추기경과의 오찬 장소로 향했다.

   차량 주변에는 경호원 12명이 양 옆을 에워싼 채 행진했으나 일부 피켓팅을 제외한 돌발적인 항의 시위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교황의 영국 방문은 1982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8년 만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교회 차원에서 영국을 방문해 국빈 방문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영국 방문은 가톨릭이 최근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겪고 있고 여성 사제 임명, 동성애 및 동성결혼 등의 문제를 놓고 가톨릭과 영국 성공회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이뤄져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 단체들은 교황의 방영에 맞춰 성추행 성직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동성애자와 여권운동가들은 피임과 여성 성직자 임명에 반대하는 교황에게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로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교황은 전용기 안에서 "가톨릭 교회가 그동안 소아성애병자들을 막기 위해 충분하고 신속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면서 아동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충격과 슬픔을 나타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글래스고 미사에 참석한 뒤 런던으로 출발해 17일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와 만나고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이어 18일에는 런던 시내 하이드 파크에서 열리는 철야 미사에 참석하고 19일 19세기 영국 가톨릭 추기경 존 헨리 뉴먼의 시복식에 참석한 뒤 로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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