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정거래 문화 확산 '약속'…올해 3.7조 동반성장 투자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30대 그룹이 중소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해 올해 3조783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수치는 13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12명이 청와대에 모여 조찬간담을 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 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 동반성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 왔는데 협력업체 단계가 2차 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 회장은 나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것은 대기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데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늘 조찬에 모인 대기업 총수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밝힌데서 확인됐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환경은 개별 기업 차원의 경쟁을 넘어 협력업체를 포함한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전개 중"이라면서 "완제품의 경쟁력은 수많은 기업의 협업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업간 유기적 협력은 이미 생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밝힌 올해 30대그룹 소속 83개 기업의 협력사 지원은 3조7836억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도 대체로 일치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협약에 참가한 76개 대기업의 지원규모는 납품단가 인상 1조1500억원을 포함해 3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재계 총수들은 보완대책도 내놨다. 협력사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중심으로 돼 있어, 자생력 강화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 1차 협력사 중심의 지원으로 2·3차까지 협력 확산이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자연스레 상생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인식의 전환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개별적인 동반설장 사례는 이미 나와있다. 삼성전자와 태산엘시디의 경우, 태산엘시디가 키코 손실로 흑자 도산의 위기에 빠졌을 때 삼성전자는 기존 물량을 보장해 주는 한편 TV 생산과정의 일부를 위탁하면서 재무위기를 극복하게 도왔다.
현대차와 모토닉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차는 모토닉은 물론 27개 2·3차 협력사와 공동으로 친환경 LPI(LPG+전기)차량을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협력사의 매출이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모토닉은 800억원, 2·3차 450억원의 매출이 증가했다. 현대차 역시 부품 수입대체효과가 125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모기업과 협력업체간의 동반성장 모델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이날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모임에서 새로운 과제로 남겨졌다.
이날 재계 총수들은 모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기존 실무부서 차원의 협력을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화답했다.
협력사의 자생력 확보를 목표로 기술 및 인력 협력을 강화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를 2·3차까지 확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재계는 오는 1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동방성장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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