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따른 "대외여건 불확실" 발언..금리동결에 영향?

2010-09-09 10:52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한국은행이 9일 정책금리를 현행 동결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7월 0.25%포인트 올린 이후 두달 연속 2.25%를 유지했다.

아직 금리동결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추석을 앞두고 신선채소 등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유럽에서 날라든 악재가 대외여건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최근 유럽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일부 은행들이 부실국채 보유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나와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재개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승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금통위 결정에 대해 "물가상황을 봤을 것이고 금융시장과 자산시장 등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결정했을 것"이라며 특히 "물가와 대외여건이 한달 전에 비해서 조금 나빠진 것 등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시점도 묘한 여운을 낳게 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가 우연찮게도 오전 8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의 위기관리대책회의 직후였기 때문이다.

특히 윤증현 장관이 모두 발언을 통해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있고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세계경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통위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나온 경제수장의 발언이 이날 한은의 금리동결 배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낳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경기 불확실성 상존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일 재정부는 9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주요국의 경기둔화 움직임,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는 총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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