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다시 금융 세계화 나서"-FT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글로벌 은행간 해외여신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인용, 지난 1분기 글로벌 은행들의 해외여신 규모가 7000억 달러(2.1%) 늘어난 33조4000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은행간 해외여신이 늘기는 200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FT는 이로써 금융 세계화의 역행 움직임이 2년만에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은행들은 해외여신을 크게 줄이고 자국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어 얽히고설킨 금융시스템이 불안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휴 반 스티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대차대조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는 북유럽과 미국지역 은행들이 신용회복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B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들의 해외여신이 집중 공급된 곳은 영국과 신흥시장이다. 영국에 대한 해외여신 규모는 3.5%(2170억 달러) 늘었고 신흥시장에는 최근 9개월간 해외여신을 합한 것보다 많은 1130억 달러가 유입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해외여신의 4분의 1이 넘는 420억 달러를 집어삼켰다.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로 흘러든 해외여신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반 스티니스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회복단계로 진입하게 되면서 은행이 본래 해야 할 바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듯 신흥시장으로도 많은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듯 동유럽이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에 대한 대출은 감소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해외여신 규모가 증가한 것은 지난 1월 바뀐 새 회계규정이 부외자산을 장부에 올리도록 한 데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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