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사퇴, 정치권 ‘냉랭’.. 고시개편 '반대' 확산되나

2010-09-05 15:15

한나라, 곤혹감 속 “공정 사회 실천에 불가피”
민주 “특혜시비 엄중 조사… 보완책 마련해야”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자진사퇴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냉정했다.

지난 2일 밤 최초 언론보도 이후 딸 현선씨의 외교부 특별채용 과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제기와 함께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유 장관 딸의 특채 문제는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계속돼왔던 상황.

이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3일 “유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 장관은 다음날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이번 건을 계기로 행정·외무·사법 등 3대 고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특채’로 공무원을 뽑겠다는 정부의 고시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한층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4일 유 장관의 사의표명과 이명박 대통령의 수용 이후 공식논평을 통해 “이번 일은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어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면서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부·여당은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며 ‘공복(公僕)’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언급한 뒤 ‘8·8개각’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한데다 현 정부 최장수(2년7개월) 장관까지 옷을 벗자 곤혹스런 표정과 함께 “공정 사회 실천이 이렇게 무서운 건 줄 몰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은 “유 장관의 사퇴는 당연한 결과”라며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공무원 임용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유 장관의 사퇴는 사불범정(邪不犯正·바르지 못한 건 바른 것을 범할 수 없다는 뜻으로, 곧 정의가 반드시 이긴다는 의미)”라며 “국회에서의 막말 비롯한 온갖 구설수와 무능한 외교 등 그간 저지른 모든 오류와 실책, 그리고 오만함을 이번 계기로 책임지게 된 것이다. 유 장관은 이미 예전에 사퇴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은 단지 장관의 사퇴로만 끝나선 안 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정부의 공직 임용 제도를 재점검해 고위공직자 자녀의 편법 특혜취업을 막고, 현대판 ‘음서제’ 부활을 막는 보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 다시는 공무원 임용에서 힘없고 ‘백’ 없는 서민이 울게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지난 1일 '정부의 행정고시 폐지' 추진에 대해 "서민 자제들이 뼈저리게 공부해 신분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대표적인 반서민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5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영어 능통자 전형인 외시 2부 시험을 통해 선발된 22명 가운데 9명이 전·현직 장·차관과 3급 이상 고위직 자제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금까지 외교부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한 고위직 외교관 출신 자녀는 30명이고, 특채로 들어온 7명 중 전직 대사를 포함한 고위직 자녀 4명이 현재 2등 서기관, 과장 등 재직 중이고 유 장관 딸을 포함한 나머지 3명은 퇴사한 것으로 조사돼 "외교관 채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ys4174@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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