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삼성물산 충돌.. 서울시 공공개발 대안 부상
(아주경제 권영은·유희석 기자) 추정 사업비 31조로 단군이래 최대규모라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용산국제업무지구 PF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발주처이자 땅 주인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사업 주간사인 삼성물산간 다툼이 감정싸움에 이어 법정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물산에 사업 주간사 자격포기를 공식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이에 "경영권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공공개발로 추진하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가 이미 공공개발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이날 코레일도 서울시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코레일 "삼성물산 빠져라"
코레일은 이날 삼성물산에 사업주간사 자격을 포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또 다른 건설사 및 투자자의 새로운 참여도 허용하겠다고 밝혀 파국위기에 몰린 용산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코레일은 이날 "이미 지난 13일 삼성물산에 사업주간사 자격 포기 의사를 전달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며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의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의 경영권 포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토지대금 지급 등을 계속 미루고 있는 삼성물산 대신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고, 지급보증을 많이한 건설사 순서대로 건설물량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이미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입찰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경쟁했었던 다른 건설사 및 대형 IT기업 등이 약 9조원에 달하는 시공물량과 BIS시공권(빌딩정보시스템, 5000억원 규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사업권 포기 말도 안돼"
하지만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의 주간사 자격이 취소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총 10명의 이사 중 8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삼성물산(2명)과 삼성SDS(1명)가 총 3명의 이사 지명권을 갖고 있어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만약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이 경영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주총회를 열어서라도 경영권 포기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이 경영권을 잃어버리기 위해서는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분상으로는 드림허브PFV의 최대주주인 코레일(25.0%)이 롯데관광개발을 필두로하는 전략적투자자(26.45%)나 푸르덴셜 등의 재무적 투자자(23.65%)와 협력한다면 삼성물산(6.4%)에 매우 불리하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둘러산 투자자 간의 이해 관계가 워낙 복잡해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물산이 경영권을 잃어 버리더라도 현재 보유한 지분이나 이미 수주한 관련 공사의 시공권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같은 출자사끼리 누구를 내보낼 수 있다는 얘기는 말이 안된다"며 "다음 주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입장을 밝히겠지만 삼성물산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대 공기업이 토지 대금을 받기 위해 언론을 이용, 자신의 입장 만을 내세우고 민간 기업에 강한 압력을 넣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 용산역세권, 공공개발 가능성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이 사업의 공공개발 추진 여부다. 서울시가 용산역세권 사업의 공공개발 검토 가능성을 지난 10일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이미 밝힌데 이어 코레일이 서울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이날 서울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왔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용산역세권 사업과 관련해 시공참여자인 삼성물산이 사업에 빠질 것과 함께 서울시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서울시 산하의 SH공사가 지분 4.9%를 보유한 주주인 데다 서울시가 서부이촌동의 토지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레일의 이같은 요청에 대해 "사업 참여자간 원만하게 협의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만약 사업협약이 파기된다면 코레일과 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용산역세권 사업 협약이 파기될 경우 서울시가 공공개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SH공사가 2014년까지 부채를 줄이겠다며 마곡 워터프론트 등 대규모 사업을 백지화하거나 축소하는 상황에 용산역세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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