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가격담합 꼼수' 공정위 시정조치 묵살

2010-08-19 18:54

(아주경제 김형욱ㆍ김병용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 담합 등의 이유로 공정위가 이미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 벤츠코리아는 '원-프라이스(one-price)' 판매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원-프라이스는 수입차 공급업체가 판매대리점(딜러)에 하나의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딜러들이 일제히 동일가격으로 ’담합’한 형태로, 이는 명백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

그러나 벤츠는 자율경쟁을 원칙으로 한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원프라이스 판매전략을 공정위의 1차 시정조치에도 불구,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전 딜러점에 자율적인 가격경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프라이스 판매전략을 지침으로 내려보내 공정위의 권고지침을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벤츠 딜러점의 영업사원들은 판매량 증대를 위해 리스비용의 3~5%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이 중 일부를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편법까지 활용하면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딜러점의 영업사원들은 원 프라이스 판매전략으로 인해 오히려 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으나 본사 지침인 만큼 마지못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007년 공정위로부터 딜러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할 때 현금할인이나 상품권 등의 증정을 금지하고 소비자판매가격 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조치를 통지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벤츠코리아는 현재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명목아래 원-프라이스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딜러 간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얻지 못했다.

또한 벤츠코리아의 원-프라이스 전략 고수로 딜러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벤츠 딜러들은 다른 수입차 딜러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서까지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영업활동을 펴고 있다.

벤츠 딜러 관계자는 "벤츠코리아의 가격 전략은 딜러들 뿐 아니라 가격을 비교하며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시장경쟁 차원에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BMW코리아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차량 가격할인 폭을 합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42억원을 받은 적이 있어, 업계에서는 벤츠의 위반행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는 무늬만 바꾼 권장소비자가격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서둘러 공정위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고법 행정7부(고영한 부장판사)는 한독모터스 등 BMW 자동차를 판매하는 7개사가 ‘과징금 142억여원과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BMW코리아와 딜러계약을 맺은 코오롱글로텍ㆍ한독모터스ㆍ도이치모터스ㆍ바바리안모터스 등은 2억~68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한편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의 편법 가격 정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실태조사에 나설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실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벤츠코리아의 권장소비자가격이 가격 담합의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BMW·렉서스와 함께 이미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고 BMW·렉서스에 과징금을 물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며 "이미 끝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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