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보험사기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라는 인식을 가져야

2010-09-02 14:52

"보험사기 유령인간 7년만에 들통"
부인과 공모하여 낚시 중 실종으로 거짓 신고한 후 사망보험금 11억원을 타내서 외제차 등을 타고 다니며 6년 여간 도피생활을 하던 鄭모씨가 공소시효를 6개월 남기고 구속된 사건이 모 일간지를 통해 기사화 되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 수법과 7년 동안 숨어 지낸 시간 등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기 행각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의하면, 2009년 보험사기로 인한 적발인원은 5만4268명, 금액은 3305억원으로 2008년 대비 약 30%의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보험사기 적발실적의 증가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무직․일용직 등 소득기반이 취약한 계층의 보험사기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사기유형별로는 보험사고 내용을 가공하거나 조작하는 허위사고가 가장 많고, 계획적으로 교통사고 등을 야기하는 고의사고, 운전자 및 사고차량 바꿔치기의 순이었다. 특히 허위,고의사고 등 사전 계획적인 사기유형의 비중이 증가하였다. 보험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 손해보험의 장기보험에서 그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데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보험사기를 중대한 범죄로 바라보지 않는 국민들의 인식도 일조를 하고 있다. "보험금은 눈 먼 돈이다", "차량 사고가 나면 일단 병원에 눕고 보자"는 등 보험사기를 용인 혹은 조장하는 사례가 주변에서도 들릴 정도이니 그 심각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30% 정도가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는 동일한 유형의 조사를 실시한 미국 소비자 응답률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보험사기 유형을 살펴보면 예전에는 개별적으로 발생하던 보험사기가 조직폭력배와 병원, 차량정비 업소가 공모한 대규모 범죄, 영화 '하면된다' 식의 가족형 범죄, 인터넷을 통한 보험공모자 모집 등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범죄는 다수가 살인, 자해 등의 강력범죄와 연계되며 점차 집단화, 흉포화 된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보험사기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우선 비윤리적 범죄를 통해 우리사회에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하여 윤리관이 붕괴되고, 사회구성원간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보험금을 타 내기 위해 소중한 생명이나 신체를 훼손하게 되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 따위는 어떻게 해도 좋다는 식의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또한 나도 언제 보험사기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변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다수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가중된다. 보험사기로 인해 예정손해율을 초과하는 보험금이 지급되면 보험회사는 지급보험금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어 보험 단체구성원인 보험계약자 전체의 추가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보험사기는 보험제도 자체의 존립기반을 위협할 수도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마련된 보험 본래의 기능이 퇴색되고, 도박화 또는 사행화되어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인다. 또한 보험회사의 활발한 상품개발 등에 제한이 발생하고 보험료의 과중한 인상으로 계약자들이 보험가입을 회피하는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보험자체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보험사기에 대한 법규 및 제도적 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보험사기의 죄질에 비해 미약한 법적`행정적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하며, 보험사기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 수행할 수 있는 전담조직의 설치와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사기에 쉽게 이용될 수 있는 상품의 개발이나, 보험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계약에 대한 인수가 장기적으로 큰 리스크가 되므로 상품개발이나 인수단계에서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적극적 교육과 홍보다. 다양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보험사기가 중대한 범죄이며, 보험사기의 피해는 전 국민들에게 돌아가며 반드시 적발하여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저변에 보험사기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면 보험사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용석 흥국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