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내부부패 조사기구 신임 수장 선임

2010-07-30 17:07


유엔 총회가 유엔 내 부정.부패 조사를 전담하는 내부감사실(OIOS)의 신임 실장으로 세계은행 감사실장을 지낸 캐나다 출신의 카르멘 라퐁트-영(59세)을 임명하는 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이 30일 보도했다.

OIOS가 새 수장을 맞음에 따라 최고 지도부 갈등으로 한동안 중단 상태에 있던 유엔 내의 내부 비리 조사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엔에는 2천200개 회사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18억 달러 규모의 리베이트와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이라크 석유-식량 스캔들' 이후 특별 반부패전담반이 2006년 조직됐었다. 이 스캔들에 연루된 유엔 내부 인사들을 색출하기 위해서였다.

전담반은 몇몇 굵직굵직한 범죄 혐의를 포착했지만 싱가포르, 러시아 등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의 반발로 오래가지 못하고 해체됐다.

이후 유엔 내부 부패를 뿌리 뽑는 임무는 OIOS에 되돌아갔다. 이제 라퐁트-영의 OIOS가 이 임무를 떠맡게 됐다.

하지만 OIOS는 여전히 혼란의 와중에 있다. 불법행위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조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 OIOS 실장인 잉가-브리트 아흘레니우스 사이의 불화로 사실상 중단 상태에 있다고 유엔 내부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들은 전한다.

두 사람은 OIOS의 조사팀장 임명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스웨덴 출신의 아흘레니우스는 부하직원을 임명할 권한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고 반 총장은 주요 보직 인사 임명에 대한 최종 발언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맞섰다.

아흘레니우스는 앞서 7월 16일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50쪽짜리 메모를 공개하며 반 총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 메모에서 아흘레니우스는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도 결여돼 있다"며 "반 총장은 전략적 식견과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당황스런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을 꺼려 OIOS의 활동을 약화시켰다"며 "유엔에는 어떤 개혁의 신호도 없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카네 유엔 관리담당 사무차장은 28일 아흘레니우스의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유엔의 고위 공직자들은 보고서에서 지적된 건설적 비판을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면서도 "보고서가 부정확하거나 왜곡되고 와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내 일부 인사들은 반 총장과 아흘레니우스가 아이들처럼 싸우는 사이 부패 조사 업무는 사실상 중단됐으며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제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유엔 고위 공직자들은 반 총장이 부패 문제와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외교관들은 그가 자국민이 연류된 조사에 맹렬히 반발하는 주요 회원국들과의 마찰을 꺼려 부패 조사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한다.

일부에선 이라크 석유-식량 스캔들 전담반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 유엔 내 부패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전담반으로부터 OIOS로 넘겨진 약 175건의 미제 사건에 대한 조사가 거의 중단되거나 종결됐다고 주장한다.

유엔 관계자들은 새 지도부 임명으로 OIOS 내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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