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9·2] 위기 맞은 뚝심의 CEO, 현정은 회장
현정은 회장. (사진=현대그룹 제공) |
현대그룹이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면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현대건설이 KCC,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로 넘어가게 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범 현대가는 현재 현대상선 지분의 30.51%를 갖고 있다. KCC가 5.04%,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17.60%, 7.87%로 총 25.4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지분 8.30%의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총 지분은 38.81%가 된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20.60%), 하나.우리은행 등 금융 기관(7.13%), 케이프 포춘(5.75%), 넥스젠캐피탈(3.53%), 현정은 회장과 세 자녀(1.54%)를 합한 38.55%를 넘어서는 지분이다.
현대그룹 측은 이 외에도 우호 지분이 7% 가량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범 현대그룹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버텨 낼 재간이 없다. 그룹의 맡형 격인 현대차그룹이 알게 모르게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현대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전격 인수하며 ‘시동생의 난’을 일으키자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현대그룹을 지켜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4년 취임 이래 숱한 고비를 뚝심으로 이겨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철의 여인’ 현 회장이 범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쌍방향 압박을 어떻게 풀어낼 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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