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9·2] 위기 맞은 뚝심의 CEO, 현정은 회장

2010-07-31 20:34

   
 
 현정은 회장. (사진=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회장은 올해 말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 올해 말로 예정된 현대건설 인수에 앞둔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그룹에 재무구조약정 체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면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현대건설이 KCC,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로 넘어가게 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범 현대가는 현재 현대상선 지분의 30.51%를 갖고 있다. KCC가 5.04%,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17.60%, 7.87%로 총 25.4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지분 8.30%의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총 지분은 38.81%가 된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20.60%), 하나.우리은행 등 금융 기관(7.13%), 케이프 포춘(5.75%), 넥스젠캐피탈(3.53%), 현정은 회장과 세 자녀(1.54%)를 합한 38.55%를 넘어서는 지분이다.

현대그룹 측은 이 외에도 우호 지분이 7% 가량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범 현대그룹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버텨 낼 재간이 없다. 그룹의 맡형 격인 현대차그룹이 알게 모르게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현대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전격 인수하며 ‘시동생의 난’을 일으키자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현대그룹을 지켜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004년 취임 이래 숱한 고비를 뚝심으로 이겨내 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철의 여인’ 현 회장이 범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쌍방향 압박을 어떻게 풀어낼 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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