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충청북도 음성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위해 정부가 준 매뉴얼에 따라 열심히 했지만 역부족"이라며 "우리보다 못한 농가에서 인증을 받는 것을 보면 인증서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누구를 위해 인증제도를 만든 건지 모르겠다"면서 "인증 하나 받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누가 이런 걸 돈주고 적극적으로 받으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전라북도 익산의 한 농업인은 "혼자 닭을 키우는데 해썹인증이 있거나 없어도 제값받기는 힘들다"며 "하림이나 대형마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선 인증이 있어도 직불금 외엔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가에 적용하는 식품안전 및 위생 기준 관련 인증제도가 너무 많아 오히려 농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농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전체 약 121만호 중 9400여 곳, 축산농가 약 19만호 중 유기축산물은 95곳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식약청이 해썹인증과 친환경농산물 등 인증을 분리해 적용하고 있는 것도 농가에는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혼란을 가중시키는 제도다.

특히 농가는 친환경농업육성법 제 17조에 의한 무항생제 인증을 받아도 해썹인증을 받지 못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친환경농업직불금을 받을 수 없다. 친환경직불금은 친환경으로 농산물을 재배할 경우 농가의 부담이 높아 정부가 이를 3년간 보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농업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많은 돈을 들여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표준화된 인증기관이 없어 농업인의 불만이 높다.

현재 인증기관은 식약청과 농식품부가 맡고 있다. 축산물과 농수산물의 경우 농산물가공처리법, 수산물품질관리법 등에 의해 농식품부가 관장하지만 나머지 식품은 식품위생법에 의해 식약청이 맡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는 산하에 있는 축산물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의 공공기관 이외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63개의 대학 및 민간인증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체계적인 위생기준이 아직 없는 상태"라며 "가공식품의 경우 제품에 따라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제품에 대한 위생관리기준을 적용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축산농가에서 하나의 인증을 받으려면 신청수수료 5만원, 인증심사원 출장비 5~20만원, 인증기관 운영실비로 50두까지는 소한마리당 1만원, 돼지 4~5000원, 육계 10원~20원 등 총 인증 비용이 대략 농장규모에 따라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세한 농가는 인증 받기 위한 유기사료 등 정부 매뉴얼에 따라 사육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인증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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