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중국 내 파트너 찾아라"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세계 2대 소매 유통업체인 프랑스 까르푸사가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그 동안 고집해오던 독자기업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합자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
이를 통해 급증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합자기업으로서 까르푸가 향후 겪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까르푸는 얼마 전 중국 시안(西安)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까르푸가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까르푸는 이번에 중국 허베이성의 유통소매업체 바오룽창(保龍倉)과 협력해 스자좡(石家庄)에 ‘허베이 바오룽창 까르푸 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떠돌던 ‘까르푸 중국사업 축소’ 소문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천보(陳波) 까르푸 중국사업부 이사는 “까르푸와 바오룽창이 각각 51%, 49% 지분을 투자해 합자회사를 설립했다”면서 “회장은 바오룽창 측에서, 사장은 까르푸 측에서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9~10월 ‘까르푸 바오룽창’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슈퍼마켓 시장에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특히 천 이사는 합자기업 모델에 충만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합자기업 모델로 향후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얼마 전 철수했던 시안에도 향후 2~3년 내 다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까르푸 측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중국 내 까르푸 매장은 총 159개. 올해 새로 개설되는 매장 수만도 20~25개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바오룽창 매장 11개를 더하면 중국 내 187개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외국계 유통업체 월마트도 올해 안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까르푸 역시 합자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가 단적인 예다. 대만계 유통업체인 하오요우둬(好又多)와 합자 후 인수자금 지급 문제로 분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가 9억6000만 달러에 하오요우둬의 35%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후 아직까지 3억2000만 달러 자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주요 이유로 하오요우둬의 의무불이행, 복잡한 매장 소유권 문제 등을 꼽았다.
한 전문가는 현재 중국 내 유통업체 대부분이 매장 임대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이로 인해 매장 소유권 등으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측 파트너와 신규매장 투자에 대해서도 의견 마찰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칼라일 투자그룹의 댄 프라이어 이사는 “중국 시장에서 투자 대비 만족스러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본, 기술 외에도 이상적인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트너로부터 중국 시장의 특수성, 소비자 습관, 마케팅 전략 등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동안 주변 슈퍼마켓과 달리 파격세일이나 소비촉진 마케팅을 하지 않고 ‘독야청청’하던 까르푸가 과연 중국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어떤 행보를 펼쳐나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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