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증권사 해외법인 절반이 자본잠식?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국내 5대 증권사 해외법인 절반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5대 증권사(대우증권ㆍ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현대증권ㆍ한국투자증권) 산하 16개 해외법인 가운데 8개는 2009 회계연도 말(2010.3.31)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의 경우 산하 4개 해외법인(홍콩 2곳ㆍ미국ㆍ영국) 자기자본은 2124억6500만원으로 5대 증권사 가운데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4개 해외법인 가운데 자본잠식인 곳은 2개로 홍콩법인과 홍콩운용법인(자기자본 1526억7600만원ㆍ자본금 1623억200만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4개 해외법인(홍콩 2곳ㆍ네델란드ㆍ말레이지아) 모두 자기자본(936억1600만원)이 자본금(1059억4500만원)을 밑돌면서 자본잠식됐다.
이 증권사가 최대 규모로 투자한 말레이지아법인 자기자본은 자본금보다 38억7900만원 적은 541억2100만원에 그쳤다.
현대증권은 3개 해외법인(홍콩ㆍ미국ㆍ영국) 가운데 미국법인과 영국법인(자기자본 439억8100만원ㆍ자본금 538억7000만원)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 증권사 최대 투자처인 미국법인 자기자본은 263억5100만원으로 자본금 361억8600만원보다 98억3500만원 적었다.
5대 증권사 16개 해외법인은 2009 회계연도에 평균 101억7900만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손실이 가장 컸던 곳은 164억4200만원 적자를 낸 삼성증권 홍콩법인이다.
증권사 해외법인의 재무제표가 이처럼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현지직원들의 고액연봉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홍콩에서 스타급 증권맨을 뽑으려면 국내에서보다 수십 배 많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에 눌려 성장 속도가 더딘 반면 인건비는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자본잠식과 증자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좁은 국내시장을 탈피해 수익원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는 해외법인 부실을 투자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모기업 연결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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