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빈발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인권침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성폭력범죄자에게 강제적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법원의 명령에 의한 강제적 약물치료는 위헌의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는 보안처분이라는 법형식에 근거해 함부로 정당화될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없이 여론을 핑계 삼아 감시와 격리 위주의 통제장치를 쏟아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 성폭력의 70%는 아는 사람에 의해 생기며 또래의 성폭력도 심각하다"며 "정부와 언론은 이런 실상을 외면한 채 일부 위험한 성폭력범만 제거하면 아동 성폭력에서 안전한 세상에 살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희귀하게 신경화학적 약물을 강제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가 담보되지 않으면 어떤 강제 치료도 재범억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동 대상 성폭력을 근절하려고 외국의 제도를 더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이미 넘쳐나는 제재방안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억제력을 발휘하도록 할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아동 성폭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특정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화학적 거세가 얼마나 예방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9일 `조두순·김길태 사건'과 같은 아동 성폭행 사건의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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