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흑자는 '빛좋은 개살구'?
중국이 지난달 2년래 최대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1년 전에 비해 140% 급증한 200억2000억달러에 달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제조업 위축 등으로 중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나온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의 6월 무역실적이 일시적인 훈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역흑자 연중 최대 '빛좋은 개살구'
중국해관총서는 지난 10일 6월 수출입실적과 무역수지를 발표하며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이 우려했던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1373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달에 비해 44% 늘었다. 유럽과 미국에 대한 수출 역시 각각 43%, 44%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는 15일 일부 수출품에 대한 관세환급 폐지를 앞두고 기업들이 대거 물량을 풀어낸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관세환급 폐지가 예정된 철강제품의 경우 지난달 526만t이 선적돼 수출량이 1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
시장에서는 관세환급 폐지 여파가 잦아들면 중국의 수출액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톰 올릭 스톤앤드매카시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서 "경기부양 조치를 거둬들이고 있는 미국이나 재정위기로 강도 높은 긴축에 돌입한 유럽에서 수요가 줄어 중국의 수출 규모도 수개월간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지난달 이머징시장에 대한 수출이 급증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수요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수입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 따른 우려도 크다. 경기부양 조치로 폭증했던 중국의 수요가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의 수입액은 1173억7000억달러로 한 해 전에 비해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14%포인트 이상 둔화됐다.
송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중국의 수입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수입 규모가 줄고 가격이 떨어진 데다 수요마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수위가 높아지고 지방정부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규모가 줄면서 중국의 수요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추가 절상 압박 커질 듯
중국의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 만큼 위안화 추가절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달러를 6.83위안에 고정시킨 위안화 페그제를 2년만에 종료했다.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0.78% 올랐지만 미국 정치권은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 의회에서는 지난 주말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웨성 해관총서 통계국장은 6월 무역수지를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줄었다"며 "중국의 무역수지는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칭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정부 차원의 투자가 줄면서 올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액이 월 평균 100억~150억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점쳤다. 그는 다만 위안화 추가 절상 압박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4% 올리고 내년에는 6% 더 절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오는 10~11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추가 지정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G20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중국이 국제사회의 위안화 추가절상 압박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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