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퇴직연금 서비스만 받고 먹튀?" 보험사 울컥
(아주경제 손고운 기자) #)A생보사의 퇴직연금 부서에 근무하는 B씨(남.35세)는 요즘 허탈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이 관리하던 한 중소기업이 갑자기 은행으로 운용사를 바꿨기 때문이다.
B씨는 그동안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 회사에 애정을 갖고 계약을 관리해왔다. 여러 운용사들과의 경쟁 끝에 계약을 유치한 후 기본적인 가입자 관리는 물론, 회계관리ㆍ 법률상담 등 시스템을 통한 서비스 제공도 직접 나서서 신경써왔다.
그러나 계약 후 1년 만에 일방적으로 운용사를 바꾸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중소기업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대출이 필요했는데 은행에서 퇴직연금 가입을 강권해 어쩔 수 없었다"며 "B씨에게는 면목 없지만 몇 명 않되는 직원들 월급은 줘야하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B씨는 회사 측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성사된 계약한 뺏겨야한다는 생각에 울분이 치솟았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2위 자리가 굳어진 보험권의 고난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의 꺾기 영업에 밀려 이미 계약을 유치한 기업까지 뺏기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험권은 퇴직연금 시장 초기 퇴직보험 운용 경력을 무기로 높은 점유율 보이며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은행권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계약 유치를 위해 퇴직연금 가입자 및 사업장에 종합금융상담서비스 제공하고 기업내 별도지점을 설치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소형 기업만이 퇴직연금 전환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적 부담과 번거로움으로 소규모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법률 및 회계상담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이 같은 혜택만 받고 퇴직연금 갱신 시점에서 은행으로 운용사를 변경하면서 보험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
기업과 퇴직연금 운용사와의 계약기간은 계약서상 1년으로 돼있다. 통상 자동갱신 되지만 기업 측의 의사에 따라 수익률이 높거나 혜택이 좋은 곳으로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퇴직연금은 기업 대 기업의 거래인만큼 상호 신뢰를 중시하해 한번 가입하면 갈아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근로자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은 운용사와의 관계보다는 대출압박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다.
퇴직연금 운용사를 변경할 때는 처음 선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측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하지만, 소규모 회사의 경우 의사타진 과정이 간단한데다가 고용주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운용노하우나 서비스를 고려해 보험사를 퇴직연금 운용사로 선정했다가 만기시점에 은행으로 갈아타는 기업들 때문에 계약 유치와 관리에 공을 들인 해당부서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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