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SK그룹 계열 SK증권이 자격정지당한 경쟁사 직원을 투자상담사로 채용하고 5년 동안이나 무자격영업을 하도록 방치하다가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증권은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무자격 투자상담사 채용과 위법 일임매매, 불법 금전대차ㆍ자금대여주선ㆍ향응 제공, 내부통제 취약, 선물옵션 매매규정 위반 등 모두 7건의 위법사실이 적발돼 지난 1월과 5월 제재 조치를 받았다.

증권사가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영업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처음이며, 이를 방치한 기간도 2006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5년이나 됐다.

SK증권은 2006년 경쟁사 A증권에서 근무하다 불법영업으로 자격을 정지당한 B씨를 부산 C지점 투자상담사로 채용했다.

결국 B씨는 무자격자로서 일임계약조차 맺지 않고 고객자산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다 이번 검사에서 위법 일임매매 혐의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고객과 금전대차 계약을 맺고 자금대여를 주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과도한 향응을 제공했던 것도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B씨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SK증권에 내부통제 기능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SK증권은 B씨에 대해 감봉 처분만 내린채 여전히 C지점 직원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B씨는 증권가에서 '선수'로 불릴 만큼 회사 수익에 적잖이 기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앞서 1월에도 경남 창원 D지점 직원이 선물옵션 매매규정을 어겨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10~20년 전 증권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태가 SK증권에서 되풀이됐다"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온 당국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내부 검토 후 기획검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SK증권 관계자는 "이현승 사장은 2008년 6월 취임 이후 꾸준히 내부통제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